배종태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

특정부문의 기술경쟁력을 가진 국내 벤처기업들이 성장하는 방법은 핵심사업에 집중하면서 국제화를 통해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길 밖에는 없다.

가장 바람직한 벤처의 국제화 형태는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는 첨단산업지역과 새로운 시장 잠재력이 큰 지역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각 지역의 시장과 산업 생태계는 나름대로 기술 및 시장을 움직이는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서 외부에서 그 네트워크 속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인적 네트워크 속에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는 누군가가 신참자를 끌어 주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교훈은 결국 같은 민족이 이러한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로 성공한 3대 민족으로 중국인,인도인,그리고 이스라엘인을 든다.

이 세 민족의 공통점은 실리콘밸리 내에 역사적,문화적,인종적 이유 등으로 강력한 민족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생태계에서는 각 부문 최고 실력자들 간의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그들만의 게임"이 벌어진다.

우리 벤처기업들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여 이 게임에 참여하려면 이미 그 게임에 참여하여 기반도 쌓고 우리 기업 특성도 잘 알고 있는 한국 교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비록 우리나라가 중국,인도에 비해 이민의 역사도 짧고 실리콘밸리에서의 기반도 아직 취약하지만 실리콘밸리 내에서 한국인의 성장속도는 매우 빠르다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벤처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이다.

그렇지만 외국에 진출하는 우리 벤처기업들이 준비가 너무 미흡한 상태로 냉혹한 국제경쟁의 링에 올라가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언어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족 뿐만 아니라 국제관행과 문화,현지사업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경영 투명성과 신인도의 미흡,보유기술의 시장과 경쟁적 위치에 대한 인식 부족 등 외국진출에 따른 문제도 많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한민족 벤처 네트워크 등을 통해 벤처를 도와 줄 적합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벤처 국제화와 한민족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서는 3가지 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글로벌 경제체제에 걸맞은 비전과 역량을 가진 벤처기업가와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을 많이 키우는 것이다.

둘째 우리 벤처기업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현지에서 이를 도와 줄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는 것이다.

셋째 과거 우리나라가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제반 인센티브를 주면서 해외교포 과학자를 정책적으로 유치한 것처럼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능한 한민족 벤처기업가들과 VC들이 사업파트너와 투자대상기업을 찾아 우리나라로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게임 룰을 정립하고 정책적 배려 등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세계의 하이테크 지역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하려면 국제관행과 정직하고 투명한 경영방식이 우리나라 산업계의 규범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진정한 국제화는 지리적으로 그 지역에 진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네트워크 속에 들어가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과 목표,현지 한민족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효과적인 추진전략,그리고 승부수를 띄우는 몰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성공하는 한국계 기업이 자꾸 나와야 우리 기업들의 신인도가 높아지고 그 하이테크 지역의 광대한 네트워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가 이러한 긍정적 피드백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제곱으로 늘어난다는 매트칼프의 법칙처럼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한민족 벤처들이 네트워크로 엮어질 수 있다면 그 네트워크 가치는 매우 커질 것이다.

물론 한민족 벤처 네트워크는 우리 벤처가 세계의 벤처 네트워크로 들어가는 관문이지 그곳 자체가 우리의 최종 마당은 아니다.

벤처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 한민족 벤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노력들이 본격화되고 있어 무척 다행이다.

ztbae@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