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부 < 건설교통부 차관 k10182@moct.go.kr >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부질없는 일에 탐닉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본래의 뜻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옛날 한 나무꾼이 나무하러 산속 깊이 갔다가 우연히 동굴을 발견해서 그 속에 들어가 보니 길이 점점 넓어지고 훤해지면서 눈앞에 두 백발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무꾼이 무심코 서서 한판 두판 세판… 바둑 두는 것을 보고 있다가 문득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 옆에 놓아둔 도끼를 집었는데 그 도끼자루가 썩어 있더라는 것이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처자는 없고 낯선 사람뿐이어서 "내가 아무개인데 우리집 사람들이 다 어디갔느냐"고 물으니 한 노인이 대답하기를 "그분은 바로 우리 증조부이신데,어느날 산에 갔다 돌아오지 않아 호랑이에게 물려갔는지…. 집 나가신 날을 제삿날로 정해 놓고 있습지요" 하더라는 것이다.

이처럼 시공(時空)을 초월한 신선들의 생활상은 여유와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상징으로 고구려 시대부터 이미 우리민족의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비롯 신라 화랑도의 신선사상 그리고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그려진 신선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국 어느 곳을 가 봐도 마을 근처 웬만한 산엔 신선바위 신선암 또는 신선바둑자리라 불리는 널찍한 바위가 있는데 이곳에서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여유롭게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대형 금융사고에 이어 제2 위기가 온다느니,노동계의 동투(冬鬪)가 시작된다느니 요즘 세상이 시끄럽다.

복잡할수록 쉽게 생각하고 바쁠수록 돌아가라 했다.

3년전 외환위기는 바로 경제주체들의 제몫 챙기기에서부터 비롯됐다.

금융기관 기업 근로자 소비자 모두가 제 생각만 했다.

누군가 결정을 해야 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쉽지만 따랐어야 했다.

이제 다시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신선들 바둑 두는 모습을 지켜 보듯이 다들 한 발짝 물러서 좀 더 여유 있는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할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