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는 신라인이 염원했던 피안의 세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곳이다.

그곳엔 이 땅이 곧 불국토라는 그들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예술적 창의력이 응집된 유물들이 남아 그들의 예술혼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중에서도 다보탑(多寶塔)과 석가탑은 신라인의 염원과 이상,예술혼의 결정체다.

다보탑이란 명칭은 ''법화경''에서 유래했다.

석가가 법화경의 진리를 설법할 때,그 앞에 드높은 칠보탑이 나타나 탑 속의 다보불(多寶佛)이 석가불을 위해 자리 반을 비워 나란히 앉도록 했다는 내용에서 비롯됐다.

다보불은 석가이전의 과거불이다.

다보탑은 우리 석탑중 일반형을 따르지 않고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한마디로 방형(方形)과 팔각의 돌을 조화롭게 반복시켜 이룬 걸작이다.

사방에 10단의 계단이 있는 높은 방형 기단 위에 4개의 기둥만 세우고 비워둔 층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불교의 ''공(空)의 진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도 다보탑은 있으나 불국사 다보탑처럼 불교의 진리를 조화시켜 변화무쌍하고 화려하게 조형화한 것은 없다고 한다.

문화재위원인 김수진 교수(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가 다보탑의 훼손이 심각해 해체복원이 시급하다는 보고서를 냈다는 소식이다.

산성비와 동해 염분때문에 탑의 강도가 약해졌고 습기가 탑을 따라 1m나 올라와 석재에 구멍과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해체복원을서두르지 않으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8세기 중엽에 세워진 다보탑과 석가탑은 고려를 거쳐 임진왜란때 불국사가 불바다가 됐을 때를 비롯 그 뒤 수십차례나 건물들이 소실됐을 때도 석탑이어서 화를 면했다.

73년 복원된 석가탑보다 먼저 일제때인 25년 전면 해체 보수된 적이 있으나 일인들은 탑속의 유물은 물론 보고서조차 남기지 않았다.

예산타령이나 문화재위원들의 견해차이로 미룰 일이 아니다.

정밀진단을 거쳐 해체복원한 뒤 과학적 보존처리를 통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파고다공원의 원각사비처럼 투명관 속에 넣어서라도 국보인 다보탑과 석가탑은 보존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