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평양에서 이산가족들이 만나 눈물과 웃음으로 50년동안 맺힌 한을 어루만지던 지난 1일 오후 4시(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컬럼비아대학 국제관계대학원 강당에서는 남북한간 또 하나의 의미있는 ''상봉''이 이뤄졌다.

리형철 주(駐) 유엔북한대표부 대사가 이 학교 한인 총학생회가 주최한 코리아포럼 행사에 초청연사로 나와 강연을 한 것이다.

지난 83년부터 시작해 이날 80번째를 맞이한 코리아포럼에 북한측 인사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유엔무대가 아닌 곳에서 ''남한 사람''들과 공식적인 만남을 가진 것도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학생들은 리 대사를 따뜻하게 맞이했고 그도 1시간동안의 강연과 30분간의 질의 응답에 시종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그는 우리말로 강연을 한 뒤 외국인이나 우리말을 모르는 교포2세들을 위해 강연내용을 직접 영어로 간추려 다시 설명했다.

질의 응답은 아예 영어로 주고받았다.

"남조선 사람들에게 강의하러 온 게 아니라 동포애를 나누러 왔다"며 말문을 연 리 대사는 ''동포애''에 대해 길게 얘기했다.

이날 초청이 공화국 대표로서의 공식적인 사업과는 무관하지만 동포로서 심금을 나누고 서로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국학생들이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주 기쁘다는 얘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한민족 통일전망''이란 제목의 강연은 "민족자주 대단결을 통해 동포들끼리 힘을 모아 통일을 향해 나가는 늠름한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주자"는 내용이 골자였다.

리 대사는 이 자리에 있는 젊은 청년학생들이 통일조국의 무궁한 번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길 바란다는 말로 강연을 끝냈고 학생들은 컬럼비아대학 로고가 새겨진 운동복을 선물로 주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서울~평양의 상봉이 과거 아픔의 치유였다면 뉴욕에서의 남북한 상봉은 미래의 하나됨을 예고해주는 것 같았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