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예산 시비는 해마다 있었던 일이지만 국회 건교위에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깎기는 커녕 오히려 2조2천여억원이나 늘리기로 의결한 것은 법적으로 볼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는 정부의 동의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費目)을 설치할 수 없다''는 헌법 제 57조의 규정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최근 위기의식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건교위의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증액을 무조건 비난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당장 크게 늘어난 실업자들을 고용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도 SOC확충이 긴요한 마당에 올해 SOC예산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한 것 부터가 잘못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측에서는 재정긴축을 위해서라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기초생활보장제 도입에 따른 막대한 예산배정을 보면 이같은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본다.

경기부양이나 실업구제를 위해서도 사회복지부문에서 소모성 예산을 늘리기 보다는 SOC예산을 증액하는 것이 여러모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건교위의 SOC예산 증액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선 투자효율이 의심되는 구석이 적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예로 이번 예산증액분중 3분의 1이 훨씬 넘는 9천3백75억원이 도로부문에 배정됐는데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지역구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배정은 없었는지 짚어볼 일이다.

또한 예산편성 과정에서 중복투자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전주신공항 건설 등 사업타당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대목 역시 적지 않다.

이에 비해 물류부문에 배정된 올해 예산액이 지난해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나 줄어든 것은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볼때 이해하기 어렵다.

이밖에 인천국제공항 1단계 사업이 완공단계여서 예산이 크게 줄어든 것은 이해가 가지만 2단계사업 준비를 위한 예산배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사전준비가 소홀하다는 점에서 세심한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라고 하겠다.

경제사정이 어렵다고 예산을 무조건 깎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필요하다면 경기부양이나 소득재분배를 위해 적자재정을 집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산지출의 생산성이다.

SOC확충은 경기부양은 물론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절실한 만큼 이번 기회에 정부예산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