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은행이 다른 은행의 정기예금에 뭉칫돈을 예치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30일 한빛은행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최근 한빛은행 대구지역 3개 지점에 1천5백억원을 1년만기 정기예금으로 예치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연 8%의 금리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연리 5.5∼6%로 받은 요구불 예금 등 단기수신 중 일부를 한빛은행의 정기예금에 들었다"며 "그동안 투신 종금 등 2금융권에 일부 예치했지만 최근 2금융권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안전한 다른 은행에 자금을 운용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계수를 맞춰 주기 위한 은행간 소규모 상호예금이나 콜거래는 있었지만 금리차를 이용, 한 은행이 다른 은행의 정기예금에 드는 일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증시침체와 기업부실화 등으로 인해 은행들의 자금운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으로 은행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 7.3% 수준의 국공채로 은행들의 자금운용수단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그 이상의 금리를 보장한다면 마다할 은행이 없을 것"이라며 "실적경쟁에 쫓기는 일부 지점에 은행간 정기예금 문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