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 SK생명 대표이사 wspark@mail.sklife.co.kr >

쇼펜하우어의 우화 중 ''어느 추운 날 한쌍의 고슴도치가 상대의 가시를 피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상처없이 서로의 몸을 따뜻이 녹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서로의 모순과 차이를,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조화를 이룬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기심과 갈등의 깊어진 골이 결국 파멸에 이르는 길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노사간 갈등으로 회사가 파탄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특정 단체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은 적도 있다.

또한 10년 전에 비해 이혼율은 무려 2배반이나 급증하고 있고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패륜적인 범죄행위가 잇달아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잘못의 원인을 상대에게서만 찾으려 하고 자신에 대해선 철저히 관대해가는 이기심이 점점 이 사회에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대화의 의미를 애써 절하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걸 이끌고 가려는 아전인수(我田引水)의 그 이기심 말이다.

본인이 대표로 재직하고 있는 SK생명은 지난 7월 국민생명 한덕생명과의 3사 합병을 단행했다.

이 합병과정에서 3사 임직원간의 화학적 결합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대화''다.

임직원간에 부서별 직급별로 대화할 수 있는 공식적인 ''만남의 장''을 만들어줌으로써 서로 갖고 있을 지도 모를 불신이나 오해의 폭을 줄이자는 것이 그 취지다.

어떤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한번 논쟁을 해보라고 한다.

논쟁을 하는 중에 그 사람이 얼마나 상대방의 입장에 귀를 기울여주고 또 어떤 방식으로 타협점을 이끌어 나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갈등이나 문제 상황이 닥쳤을 때 오만이나 편견이 아닌,서로간의 이해와 타협으로 이루어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노사간이건 부부 사이건 부모형제간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나 통용되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 진리는 바로 날개를 하나씩 밖에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두 마리가 함께 하지 않으면 하늘을 날 수 없다는 비익(飛翼)의 비행(飛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