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삼성은 ''봉''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계열사들이 연말연시를 앞두고 폭주하는 각종 기부금이나 행사지원 요청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삼성중에서도 대표격인 전자의 경우 광고나 사회공헌팀 담당자들은 요즈음 정상적인 업무를 못볼 정도로 각계각층의 후원이나 지원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의원 후원회는 기본이고 고아원을 비롯한 자선기관 소비자단체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대학동아리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웬만한 행사치고 삼성전자에 후원이나 협찬요청공문을 보내지 않는데가 없다고 삼성측은 밝혔다.

삼성전자에만 한달 평균 5백여건의 각종 후원 협찬 요청이 쇄도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재계에 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모 민간단체조차 ''삼성에 손을 벌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행사지원을 요청할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결재라인의 임원들은 외부청탁을 피하기 위해 해외출장거리를 일부러 찾을 정도로 연말이 공포로 와닿는다고 푸념한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현대 대우 삼성 세 그룹이 이런 부담을 나눠졌지만 지금은 고아원에서 정당에 이르기까지 ''돈낼데는 삼성뿐''이라고 인식하는 것같다"고 삼성측은 해석했다.

''빅3''체제가 무너진 이후 LG와 SK가 대타로 기대됐지만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인 IMT-2000 진출을 위한 자금 확보등으로 씀씀이가 시원치 않을 것으로 인식되면서 ''삼성독주''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정 행사를 후원하면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주최하는 쪽에서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바람에 거절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 회사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사에 수억원을 후원한 것이 알려진뒤 전국 10여곳의 지자체들이 몰려와 곤욕을 치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들어오는 요청을 전부 받아들일 경우 한달 평균 1백억원이 필요하다"며 "부(富)의 사회 환원 효과가 큰 언론사등의 사업중심으로 선별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손을 벌리는 데가 워낙 많아 사회 공헌활동비를 올연초 계획보다 2배 가량 더 집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올해 사회복지 문화예술 학술교육 체육진흥 분야의 사회공헌비로만 모두 1천5백억원 가량을 쓸 예정이다.

작년에는 8백36억원을 썼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경영을 잘해 후원 요청을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 도와줄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며 "최근 들어 사회단체들의 감시도 강화돼 완곡히 거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