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잠시 후 진성호와 황무석은 병원 구내 주차장으로 가는 중이었다.

진성호는 아무 말 없이 천천히 휠체어를 밀었고,황무석 또한 신선한 공기나 만끽하겠다는 듯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때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황무석이 몸을 움츠리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진성호는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황무석은 가쁜 숨을 내쉬며 몸을 더욱 움츠렸다.

주차장 안 지프차 뒤쪽으로 가까이 가자 두 마리 개가 조금 열린 뒷창문 틈으로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이 요란스럽게 짖어댔다.

황무석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진성호는 황무석의 무릎을 덮었던 담요를 집어 차 창문 사이로 쑤셔넣었다.

두 마리 개가 담요를 미친 듯 물어뜯기 시작했다.

진성호는 뒤로 돌리고 있는 황무석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지프차 뒷창문 쪽을 향하도록 고정시켰다.

"황 사장,잘 봐둬.당신이 나를 배반하면 저 담요 신세가 될 거야"

진성호는 황무석의 머리를 잡은 채 잠시 침묵했다.

"저 개들이 왜 저러는지 알아? 당신에게 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왜 그럴까?"

진성호는 다시 잠시 여유를 부렸다.

"황 사장,당신이 저 두 마리 개를 매일 묶어놓고 몽둥이로 팼기 때문이야"

황무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성호를 올려다보았다.

진성호는 말을 끊었다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당신이 아니야.당신 옷을 입은 사람이 매일 그랬지.개는 후각이 아주 발달돼 있어.알지? 저 개들은 당신 냄새를 결코 잊지 못할 거야"

진성호는 또다시 여유를 부렸다가 말을 이었다.

"골프장 사무실에 두었던 당신 옷을 내가 갖고 왔지.누군가에게 그 옷을 입히고 매일 개를 묶어놓고 패도록 시켰어.…당신이 시키는 대로 나는 다 했어.이제는 당신이 신의를 보일 때야.그건 어렵지 않아.단지 침묵만 지켜주면 되는 거야…"

황무석이 금세 숨넘어갈 듯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쉬었다.

진성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만치 지나가는 간호사가 눈에 띄었다.

진성호는 간호사를 불러 황무석을 병실로 데려가게 했다.

황무석은 약속대로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침묵은 다른 곳에서 깨졌다.

그것은 한 여인의 죄의식이었다.

진성호는 황무석을 마지막으로 만난 지 3일 지난 다음에야 이미지의 제주도 거처를 어렵게 알아냈다.

진성호가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이미지는 이미 그곳을 떠난 후였다.

다음날 아침 그가 그녀를 만난 곳은 안양교도소의 면회실이었다.

진성호는 교도소 직원의 안내로 구치소문을 지나 나무책상과 의자가 두 개 있는 조그마한 방으로 들어갔다.

교도소 직원이 나간 후 진성호는 나무의자에 앉아 이미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다른 교도소 직원이 죄수복을 입고 수갑을 찬 이미지의 팔을 붙들고 들어왔다.

고개를 숙인 이미지의 창백한 얼굴이 빗지 않은 긴 머리 사이로 드러났다.

교도소 직원이 이미지를 진성호 맞은편 의자에 앉혔다.

진성호가 교도소 직원을 향해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자,그가 머뭇거리다 방을 나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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