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1개당 25달러짜리 ''컴퓨터용 음이온 청정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을 미국에 퍼뜨린 주인공인 앤디김(46)사장을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공항로비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는 벤처업계에서 ''영업술의 귀재'' 또는 ''장사꾼중의 장사꾼''이라고 알려진 인물.

그를 만나자마자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영업을 잘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잠시 공항천장을 쳐다보며 망설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상대에게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겁니다"

영업 귀재의 첫마디치고는 너무나 평범했다.

하지만 곱씹어 볼수록 한국의 벤처인들이 깨달아야 할 진지한 내용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재미교포인 김 사장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벤처기업 젠트롬의 대표이다.

한국이름은 김태규.

그는 1969년 동성고 2학년때 매형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분교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워싱턴고등학교에서 수학교사를 했다.

당시 그는 수학교사를 천직으로 여겼다.

그러나 학교축제 기간중 한국교포학생들의 공연시간 연장문제를 놓고 학교측과 대립하는 바람에 사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 사건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때 그는 남다른 결심을 했다.

어차피 새 직업을 시작할 바엔 수학선생과 완전히 동떨어진 일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세일즈맨을 택했다.

그는 직업을 완전히 바꾸긴 했지만 영업전략 만큼은 여전히 수학교사 방식을 유지했다.

다시 말해 수요자에게 수학문제의 정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 수 있게 컨설팅해주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미국 부동산개발업체인 리얼티 인베스트먼트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기 시작한 그는 일본의 오타니등과 손잡고 로스앤젤레스 포시즌 골프장을 비롯 애리조나 위그넘 리조트 등을 개발하는데 참여했다.

당시 일본측 회사는 매달 1천만달러(1백10억원)의 개발비를 그의 통장에 입금해올 정도로 신용을 얻었다.

여기에서 자신을 얻은 그는 벤처분야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필립모리스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DVD마케팅을 담당해 최고 수준의 계약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최근 경기도 기흥에 있는 정문정보의 정광훈 사장을 찾아가 이 회사가 공급하는 컴퓨터용 공기청정기를 미국시장에 대규모로 수출하는데 성공을 거뒀다.

컨설팅을 앞세운 그의 세일즈전략이 또 빛을 본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세일즈란 전략보다 ''있는 그대로''를 얘기해야 통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정현준 진승현 등 이른바 벤처기업인이 저지른 금융사고야말로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얘기해 일어난 사건이 아닌가라고 그는 덧붙인다.

미국 휴렛팩커드 관계자와 컴퓨터 청정기 공급상담을 하기 위해 공항로비를 떠나는 김 사장의 뒷모습은 여전히 자기자랑을 자제하는 수학선생님을 연상케 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