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부 < 건설교통부 차관 k10182@moct.go.kr >

서해안 고속도로중 가장 난공사 구간인 서해대교가 지난 10일에 개통,인천에서 당진까지 쭉 뻗은 길이 생겼다.

이미 97년에 개통된 무안~목포길에 이어 나머지 구간도 한창 공사중에 있어 내년말이면 당진에서 서천 그리고 서천에서 무안까지의 길도 뚫려 모두 3백53㎞에 달하는 서해의 대동맥이 활기에 넘치게 될 것이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중간지점 쯤에 위치한 부안(扶安)은 넓은 평야와 해수욕장이 있어 예로부터 살기 좋은 땅으로 일러왔다.

부안 봉덕리라는 곳에 공동묘지가 하나 있는데 여기에는 이 고장의 빼어난 여류 시인 이매창의 무덤이 있다.

부안 사람들은 그의 무덤이 있는 곳을 공동묘지라 부르지 않고 ''매창의 뜸''이라 부른다.

매창은 선조 6년(573년) 부안 현리 이양종의 딸로 태어나 38세에 죽었다.

개성의 황진이와 더불어 명기로 꼽혔으며 유희경 이귀 허균 같은 당대 명사 풍류객의 지극한 아낌과 사랑을 받았던 만큼 심지가 깊고 절개도 곧았다.

이런 매창이 시를 읊고 거문고를 타던 너럭바위 금대(琴臺)가 있는 상소산 기슭 서림공원에는 매창의 시비가 있다.

그의 시는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을 맺는데 결국 그는 거문고를 안고 사랑을 부르다가 죽었다.

이러한 매창의 시를 누구보다 아끼고 높이 평가한 사람은 바로 ''홍길동전''의 허균이었다.

그는 부안 산하에서 매창을 만나 목련꽃같은 우정을 나누었다.

서경덕을 유혹하다 실패하고 사제지간이 된 황진이와 달리 매창은 남녀간에는 자신을 한 걸음 물러서서 피차 소중히 아껴주어야만 정(情)이 곱게 간직된다는 교훈을 주는 증취객(贈醉客)이라는 시 한수를 전하고 있다.

''취한 손이 마음 두고 내 치마 잡아/ 당기는 손길에 비단치마 찢어졌네/그까짓 비단옷이 아까우련만/ 두려운 건 그대와 나의 정 끊어짐이라네-''

사랑이란 뜨거운 정열을 절제와 인내로 승화시킨 매창의 품절이 유난히 빛을 발하는 요즘 세태다.

오늘 아침 그의 시 한수를 읊조리며 내년에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매창뜸에 가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