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코스닥행(行) 티켓''을 따놓고도 이를 포기하는 기업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26일 현재까지 코스닥등록(상장) 심사를 통과한 기업중 7개사가 포기의사를 표명했다.

증권업협회는 등록포기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코스닥 티켓을 찢어버리는 이유는 뭘까.

주간사 증권회사나 증협은 단순히 주가 탓으로만 돌린다.

"공모주식에 대한 시장의 평가(주가)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어 상장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뭐 호들갑 떨게 있느냐"는 식이다.

물론 증시와 관련된 일은 주가가 떨어지면 뭐든 어긋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주가가 아니라 상장제도에 코스닥 티켓을 버리게끔 하는 독소가 약간이라도 들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현행 제도상 공모주 가격은 기관투자가만 참가하는 공모주 예비청약(수요예측)에서 결정된다.

특히 대형 투신사들이 가격을 좌지우지한다.

투신사들로서는 공모주를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받아 놓아야 펀드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시장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려운 모순된 가격결정 구조인데도 금융감독위원회는 ''투신 살리기''에만 매달려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증권사의 상장업무부 직원들도 사석에서는 "증권회사들도 이 모순된 제도를 즐기는 공모자로 볼 수 있다"고 털어놓는다.

증권사는 코스닥상장 이후에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시장조성의무에 따라 공모주 전량을 매입해야 된다.

자연히 증권사는 시장조성의 부담을 덜기 위해 투신사의 가격 후려치기에 대해 침묵으로 동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반 청약투자자들이 큰 혜택을 보는 것도 아니다.

공모가격이 싸다는 소문이 나면서 공모주 청약경쟁률만 치솟아 단 한주도 배정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공모가격이 떨어지면 기업들이 증시에서 조달하는 자금의 액수는 그만큼 적어진다.

기업(벤처)에 들어가 설비투자나 연구개발 등에 사용되어야할 증시자금중 일부가 ''투신살리기 비용''과 ''증권사의 시장조성 충당금''으로 유용되는 꼴이다.

양홍모 증권2부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