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 연세대 교수 / 경제학 >

IMF 지원을 받은지 만 3년이 되는 요즘 우리 경제의 모습은 대기업의 도산, 환율급등, 주가하락 등 당시와 비슷한 점이 많아 걱정이 된다.

지난 3분기의 GDP 성장률은 9.2%로서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상반기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요인중 하나였던 소비와 투자는 각각 1.3% 및 4.9%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임으로써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의 주요 이슈는 환율급등, 은행수익감소 및 신협 금고 등 금융기관의 부정대출 문제 등이었다.

동남아국가의 환율급등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구조조정 지연이라는 국내적 요인이 겹침으로써 최근 환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한경 11월22일자 종합해설에서 원화가치 폭락의 원인과 경제적 파장에 대해 다룬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막대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속히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에는 환율폭등이 더욱 가속화되고, 그것이 제2 외환위기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여 정책당국은 적절한 시점에서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다.

11월20일자 종합해설에서는 최근 신용협동조합권에서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와 대책을 다뤘다.

약 1천3백30개에 이르는 신협들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취약하여 불법대출과 횡령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신협감독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 직원은 23명에 불과하므로 1인당 약 57개의 신협을 감독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부실감독의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이유로 외부감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신협의 경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외부감사제도의 도입을 미루고 있는데, 그것은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협의 부실경영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의 크기를 고려할 때 외부감사비용은 미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현준 사건''에 이어 발생한 ''열린금고''의 불법대출 사건은 한국경제신문이 건져올린 대특종기사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벤처기업가가 신용금고를 인수하여 마치 개인금고처럼 이용하는 등 탈법행위를 일삼았으며, 금감원은 세번이나 그 사실을 적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정지, 인허가 취소 등 강력한 징계조치를 취하지 못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부당국은 올해말까지 1백여개의 부실신협을 정리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그 실효성 여부가 우려된다.

제2차 은행구조조정을 앞두고 각 은행들은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 발행량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후순위채 금리는 정기예금보다 약 2∼3%포인트가 높다.

때문에 이미 예대마진의 축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추가적 요인이 될 수 있다.

11월20일자 사설과 21일자 5면(금융)은 현재의 은행들이 직면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주었다.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은행들이 위험한 기업대출을 억제하고 수익률이 7%에 불과한 국공채 매입을 늘리다 보니 외형상 건전성은 제고되는 면이 있지만, 은행수익구조의 악화 및 기업 자금난이라는 커다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용경색 현상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고려할 때 정책당국이 BIS 비율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하겠다.

hahyun@bas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