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있어 주변 상권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도 주변상권과 궁합이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

지난 97년 40대 중반의 재미교포 P씨는 우리나라에서 햄버거 체인점 사업을 하기 위해 체인 본사로부터 15만달러에 우리나라와 중국 라이센스를 따내 한국에 들어왔다.

P씨가 들여온 햄버거는 미국 젊은이들에게는 인기가 있던 신종 브랜드.

맛도 좋거니와 크기도 한국 햄버거에 비해 컸다.

샘플숍을 여는 것이 사업의 첫번째 과제.

그러나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선뜻 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명동이나 압구정동 등 점포임대 가격이 비싼 중심상권에 점포 얻기를 포기한 P씨는 자신의 샘플숍에서 나오는 수익을 전적으로 임대주에게 주는 파격적인 방법으로 노량진에서 건물을 임대했다.

노량진의 점포주도 자신의 가구대리점이 점점 사양길에 들어서면서 새 사업아이템을 찾고 있던 터였다.

점포는 1,2층 각 60평씩 1백20평의 대형매장.

입지가 열악한 만큼 샘플숍을 잘 꾸며 고급 햄버거 브랜드로 이름을 얻고 싶어 실내 인테리어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샘플숍을 준비하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잇따라 발생했다.

60대의 점포주는 국내물정에 어두운 교포라는 점을 악용해 P씨에게 많은 불이익을 안겼고 그로 인해 말다툼이 잦아진 것.

새로운 햄버거 브랜드인 만큼 "원조"마케팅을 시도한 P씨는 햄버거 재료를 모두 미국에서 수입하고 운영 시스템도 미국 방식을 따랐다.

햄버거 맛이나 크기도 미국과 똑같이 만들었다.

국내 실정을 잘 모르기도 했거니와 햄버거만은 미국 본토의 맛과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초창기에는 새로운 햄버거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한번 온 손님들이 다시 찾지 않는게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그 이유는 바로 입지에 있었다.

P씨의 점포는 노량진 중심상권에 자리잡았다고는 하나 주변에 각종 학원들이 많은 곳으로 손님의 대부분은 중.고등학생과 재수생들.원자재를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하고 크기 또한 미국과 똑같이 만들다보니 햄버거 가격은 4천원으로 비쌌다.

씀씀이가 크지 않은 학생들에게 한끼 식사거리인 햄버거가 4천원이라면 적지않은 부담이었던 것이다.

P씨의 실패 원인은 결국 점포주변 상권과 햄버거 프렌차이즈점간 시장성이 맞지 않았던데 있다.

압구정동 등 구매력있고 유동인구층이 다양한 곳에 샘플숍을 차렸더라면 상품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브랜드가치를 지켜 나갈 수도 있었다.

P씨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에도 실패했다.

대기업에 브랜드 라이센스를 팔기 위해 몇 차례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 (02)786-8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