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금고 불법 대출 사건이 또 터졌다고 한다.

아직 사건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벤처기업이 거론되고 차명계좌가 드러나는 모양새부터가 정현준 사건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대주주가 3백77억원을 불법적으로 가져다 썼고 이 돈이 M&A전문인 MCI코리아라는 회사로 흘러갔다니 자금의 용처가 밝혀지면서 파장이 어떻게 확산돼 나갈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벤처주식이 자금중개의 담보물로 사용된 점, 창업투자회사가 등장하고 금융당국의 엉성한 검사와 두차례에 걸친 솜방망이 징계조치가 있었던 점들도 하나같이 정현준 사건에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야망에 찬 젊은 벤처금융인이 주인공인 점도 어찌 이리 똑같은가 말이다.

검찰에서는 사건 주역들이 관련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수사에 이미 착수했다는 것이고 정·관계 실력자 연루설도 빠지지 않고 있어 이번 역시 단순 불법대출 사건으로만 단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에는 유사한 사건이 동방과 열린금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풍문까지 떠돌고 있다니 더욱 걱정스럽다.

불법대출 창구가 이번에도 신용금고였는가 하는 질문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신용금고가 연이어 금융사고에 연루되고 있다면 이를 단순한 도덕성의 문제로만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재와 같은 여수신 구조하에서 금고업태가 과연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부터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는 말이다.

고금리 수신구조에 영업 기반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면 온갖 불법과 편법은 자연스런 귀결로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가 은행 정상화 문제에 매달려있는 동안 제2금융권은 말그대로 도덕적 해이에 점령되다시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당국이 분명한 답변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증시침체가 길어지면서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그 심도가 만만치 않을 것같아 그 점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