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인 정의에 따르면 불안이란 뚜렷한 외부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느끼는 초조하거나 두려운 느낌이라고 돼있다.

현실적인 두려움의 대상이 있어서 나타나는 공포와는 구별된다.

또 불안이 심해서 근육계통까지 영향을 미쳐 안절부절 못할 때는 초조,불안이 장기간 지속되어 감정과 근육계까지 모두 팽팽함을 느끼게 되면 긴장상태라고 정의한다.

불안이 너무 극심하여 곧 죽거나 쓰러질 것 같은 심한 지경에 이르면 공황상태라고 부른다.

요즈음 우리사회에는 긴장·초조·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농민단체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한전노조가 파업을 선언하는가 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집단이기주의가 극성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조차 분간하기 힘든 가치관의 혼돈 현상마저 없지 않다.

왜 그런가.

누구의 탓인가.

대책은 없는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정책에 원칙이 없고,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대건설 유동성위기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정부방침은 사실여부를 떠나 혼선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했다.

그동안의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의 추진과정이나 의약분업 노사문제 대북정책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은 많았다.

물론 정책당국자들로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겠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고 주가하락이 이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불안심리의 불식이다.

그러자면 응급대책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상충되는 갖가지 정책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확고한 방향과 원칙을 재정립하는 일이라고 본다.

모든 계층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수 있는 정책이란 불가능하다.

특히 경제정책은 이해가 상반되게 마련이다.

재정건전화와 복지확충,시장경제와 기업규제,구조조정과 실업 등 모든 정책의 한계와 기준을 명백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또 그같은 원칙아래 정부는 이해집단간의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균형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정책의지를 확고히 다짐해야 한다.

그 수단은 엄격한 법 집행과 실효성있는 제도개선이다.

법과 질서가 무너지면 균형이 깨지고 사회불안이 야기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 점검을 통해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그동안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에 치우친 정책은 없었는지,말만 앞세웠지 실행이 뒤따르지 않았던 정책은 없었는지,임기응변식의 땜질처방은 아니었는지도 함께 검토해 볼 일이다.

그러나 난국극복은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어찌보면 근래에 나타나고 있는 불안심리는 정부보다 정치권의 책임이 더 큰게 아닌가 여겨진다.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집단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것은 엄격히 말하면 행정부가 아니라 정치의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정치상황은 어떤가.

법안심의는 뒷전인채 당리당략에 치우쳐 집단이기주의의 선봉에 서 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보다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무조건 반대하고,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식의 정치행태는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또 이해집단들의 이해와 협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떤 사태든 저마다 그럴만한 이유와 사정은 있겠지만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고 극단적인 행동에 나서게 되면 결과적으로 이익집단 자신들을 포함한 국민의 손실로 귀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혼란스러운 지금의 우리사회를 풀어가는 해법은 묘수가 아니라 상식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고,원칙을 존중하는 사회풍조의 확산이다.

경제난국에 대한 대처도 예외일수 없다.

정부와 기업,소비자,그리고 정치인 금융인 근로자 의사 등 각계각층이 불신과 불만과 불안을 토해내기에 앞서 과연 우리는,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