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부패 국민연대의 부패방지 연구발표회에서 정부조달 분야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투명성은 고사하고 곳곳에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결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사정바람과 맞물릴 경우 또 한번의 회오리를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정부조달 시장이 깨끗해야 할 이유중에는 특히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정부조달 시장이 단순한 구매 역할에 그치는게 아니라 민간기업의 기술혁신과 깊이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업의 기술혁신을 촉진하고자 할 때 조세감면 금융지원 연구보조금 등도 동원하지만 정부구매도 중요하게 활용한다.

어떤 의미에서 정부구매는 민간기업에 가장 확실히 제품수요를 창출해주기 때문에 다른 정책보다 효과가 직접적이고 크다.

특히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위축되기 쉬운 신기술의 상업화를 촉진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정부구매 정책이 수요창출을 통해 기술혁신에 기여한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입증돼 왔다.

미국 프랑스 등 기술선진국에서 정부조달 시장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실제 미국만 해도 국방부문 등 정부 조달시장이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환경기술 등의 상업화에 큰 기여를 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 정부조달과 관련해 국방부와 정부투자기관이 가장 부패하다는 것은 주목된다. 국방기술 및 공공기술과 민간기술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첨단분야의 낙후된 기술수준은 결코 이들의 후진적 조달시장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정부투자기관의 민영화 사유의 하나로 조달문제가 거론되는 데는 이런 측면도 분명히 포함된다.

물론 기술혁신을 감안한 구매제도를 운영하기는 한다. 하지만 예산절약과 중소기업 보호에 큰 비중을 두는데다 후진적 감사제도와 부패까지 가세해 실효성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기술혁신형 벤처기업 창출을 지원하고 개방된 조달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투명성 확보는 바로 그 출발점이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