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가 위험하다'' ''B사는 이미 사망진단을 받은 상태다''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저런 루머에 시달려 곤욕을 치르는 기업들이 부쩍 늘어났다.

대부분은 근거없는 ''악성 루머''로 판명나고 말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입는 피해는 누구도 보상해 줄 길이 없다.

재계에서는 경쟁사들간의 음해성 ''마타도어'' 외에 정부의 줏대없는 정책이 루머를 양산케 만드는 온상이라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

◆ 기업을 좀 먹는 악성루머 =국내 최우량기업중 하나로 꼽히는 LG는 요즘 금융권의 정보시장에서 ''현대 다음엔 LG?''라는 LG 자금위기설이 사그러들지 않자 루머유포 차단 및 진화에 적극 나섰다.

루머는 LG가 IMT-2000 사업에 5천억원을 투입해야 되고 최근 회사채를 과다발행(올해 3조5천억원어치)한 것 등으로 볼 때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와 신용평가회사에서 LG 계열사에 대한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하고 계열사 주가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등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LG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초대형 외자유치가 성사될 것"이라며 ''자금난''을 일축했다.

LG는 기업설명회(IR)를 통한 재무상황 홍보 등 ''간접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 사태''도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4월 증시에서 나돌았던 ''현대그룹 위기설''과 맞닿는다.

이 루머 하나로 아직 유동성 문제가 표면화되기 전이었던 현대건설과 현대투신은 물론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전자 등 온전한 기업들조차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정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루머 진원지 조사에 착수, 동양증권이 자사 전산망에 위기설을 게재했던 사실을 적발하고 대표이사 문책 등 중징계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중견그룹인 한솔도 지난 3일 금융단의 ''기업 퇴출'' 발표를 앞두고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통신부문에 대한 과다한 투자와 주력 회사인 한솔제지의 수익구조 악화로 일부 계열사들이 퇴출명단에 오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는 새한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신세계와 제일제당에 대해서도 나쁜 소문이 돌았다.

신세계의 경우 보유중인 삼성생명 주식의 상장이 무산될 것이라는 루머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 악성루머 근절방안 =전경련 이병욱 기업구조조정지원센터 소장은 "대우와 현대 사태에서 보듯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 기업들이 감당하기 힘들다"며 "경쟁사들이 일부러 퍼뜨리는 헛소문에 대해선 관계당국이 철저히 추적 조사해 엄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무원칙한 기업구조조정 시책이 루머 양산을 부채질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한계기업은 확실히 정리한다''느니 ''구조조정을 하면 살린다''는 식의 기준이 너무 애매모호해서 시장 이해관계자들이 멋대로 해석할 수 있는 말들을 남발하는 바람에 엉뚱한 피해를 입는 기업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악성루머의 유포를 차단하는 길은 해당 기업이나 정부가 나서는 것보다 주채권은행이 나서서 루머를 부인해 줘야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진식.정구학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