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농가부채 특별조치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한국전력노조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관련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24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가동이 중단된지 여러날째이기도 하다.

여기에 겹쳐 의사협회는 의·약·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는 등 의약분업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쉽게 가라앉을 것같지 만도 않다.

IMF 3년을 맞는 작금의 이같은 어수선한 상황은 정말 내일에 대한 걱정을 더하게 한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고,동시에 이런 현상이 또 새로운 장애요인이 돼 더욱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꼴이다.

경제위기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것도 곳곳에서 제 목소리만 키우고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경제가 집회나 시위,소리를 크게 지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 분명히 인식해야할 때다.

농가빚을 중장기로 바꾸고 금리도 5∼6.5%로 낮추겠다는 정부안이 크게 미흡하다는게 농민단체들의 주장이지만,좀더 냉정하게 생각해볼 점이 있다고 본다.

재정사정이 어렵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지나친 부채탕감요구는 빚이 없는 농민과의 형평이라는 측면에서도 비논리적이다.

농가부채 탕감은 앞으로의 경제운용에 두고두고 짐이 될 악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곳곳에서 제 목소리만 높이는 형국이 빚어진데는 근본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

농가부채탕감만 해도 선거과정에서 그런 주장을 들고 나온 정치권에서 원인행위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파업 시위 등 집단이기주의적 단체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 자세나 능력도 적잖은 문제가 있다.

의·약·정합의만 해도 그렇다.

그토록 오랜 진통을 수반했던 합의가 의사들의 찬반투표결과에 따라 사실상 휴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정부권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사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 아닌지,우리는 그런 의문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우려가 없지않은 한전 파업예고,구조조정과 관련한 양대 노총의 연대파업 움직임 등 넘어야할 산이 한둘이 아니고 보면 정말 걱정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