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이 갈수록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제고에만 집착하는 것은 큰 문제다.

후순위채권이나 주식예탁증서(DR)를 헐값으로 마구 발행하고 대출금을 거의 무차별적으로 회수해가는 것도 그런 이유 탓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BIS비율을 중시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겠지만 이런 행태는 은행의 영업기반을 무너뜨리고 수익성을 악화시킴은 물론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것이다.

올해 발행되는 후순위채만 주택은행이 7천억원,하나은행 5천억원,신한은행 3천억원,국민은행 5천억원,농협 3천6백억원 등 모두 2조5천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후순위채 금리가 일반 정기예금 금리보다 2∼3%포인트나 높아 가뜩이나 취약한 은행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런데도 우량은행들은 연말결산을 앞두고 BIS비율을 높이려고 앞다퉈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BIS비율만 높다고 해서 은행건전성이 좋은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나치게 BIS비율이 높으면 오히려 자산운용이 비효율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은행들이 BIS비율을 의식해 위험가중치가 낮은 국공채 매입이나 주택금융대출에만 치중하다 보니 자산운용 효율이 떨어지는 외에 만기구조가 편중되는 등 자금흐름이 왜곡돼 중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BIS비율이 갖는 또다른 한계는 우리와 선진국은 금융풍토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는 기업들이 직접금융을 통해 활발하게 자금을 조달하는데 비해 간접금융 비중이 훨씬 높은 우리의 경우는 기업대출 같은 위험자산을 줄이기가 쉽지 않으며 기업대출 축소가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런저런 사정으로 은행들이 예금증대에 애쓰다 보면 수신금리가 오르고 그 결과 후순위채금리는 더 높아지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당장은 상대적으로 유동성 사정이 좋은 우량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낮추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

또한 국제금융거래가 적은 일부 지방은행들에까지 일률적으로 BIS비율 8%를 지키도록 하지 말고 각급 금융기관의 형편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 금융당국도 선진국처럼 BIS비율 이외에 총자산수익률(ROA) 같은 여타 경영지표를 충분히 고려함으로써 건전한 금융기관 경영풍토를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