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22일 "IMF 3년,기업경영의 변화와 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기업들은 과거의 성장엔진이 쇠약해진 가운데 새로운 시스템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다"고 진단하고 "미래 수익기반을 발굴하는 한편 지속적이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또다시 찾아든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경영환경 및 재계판도 변화=지난 3년동안 기업들의 생존조건은 구조적으로 변했다.

기업 의사결정.재무관행.사업추진방식 등을 모두 해외 대기업에 맞추라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준수 압력"을 받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보유 비중이 30%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소액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경영 개선 요구와 견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정보기술.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산업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자본시장의 전면 개방 등 경제의 변동성이 커졌고 기업 경영의 리스크도 증대됐다.

재계판도 또한 크게 바뀌었다.

97년부터 4년간 30대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던 그룹(총 41개)중 17개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화의,협조융자 대상으로 전락했다.

30대 기업집단의 계열사 수가 IMF사태 이후 2백37개나 줄었다.

기업집단간의 격차는 더욱 확대돼 올 상반기중 삼성.LG.SK 등 3개그룹 상장계열사의 순이익이 상장기업 전체 순이익의 74.7%를 차지했다.

특히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 등 3개사의 순익이 약 4조원으로 12월 결산 상장기업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자계 기업들의 국내 진출도 급증했다.

국내 총매출 가운데 외자계 기업의 비중은 96년의 5.5%에서 지난해 18.5%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 경영의 변모와 향후 과제=지급능력 부족이 곧 도산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기업들이 현금을 최우선적으로 중시,경제적 부가가치(EVA) 등 현금흐름 중시의 평가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는 선단식에서 네트워크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룹 신용도가 좋을 경우 부실한 계열사라도 생존할 수 있었던 과거의 "그룹 프리미엄"은 소멸됐다.

상장법인의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화되면서 그룹경영이 영미식 이사회 구조로 전환됐다.

98년부터 적대적 M&A시장이 자유화됨에 따라 경영권 방어 문제가 기업들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기업들은 외형성장 위주에서 수익 위주로 경영의 과녁을 바꾸고 있다.

폐쇄적 경영에서 시장친화적 투명경영으로 이행되는 가운데 성과주의 인사도 보편화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3년간 기업들은 과거의 성장 엔진이 쇠약해진 가운데 새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다.

생존 조건이 완전히 바뀐만큼 지속적이고 강도높은 구조조정만이 위기 탈출의 길이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세계의 강자(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나느냐,아니면 해외 하청업체로 전락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

정보통신과 정밀기계,콘텐츠,바이오,환경 등 미래의 수익기반을 발굴해 육성해야 할 시점이다.

사업 및 재무리스크 증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해 위기관리 능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