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며칠이 지나도록 재검표가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는 모델로 여겨왔던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의문 어린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박빙의 차이를 고려하면 누가 이기든,승자는 국민의 신임이 취약한 상태에서 대통령직을 시작할 것 같다.

클린턴 대통령에게는 그의 업적과 상관없이 항상 ''탄핵'',''모니카 르윈스키''란 이름이 붙어다니듯 조지 부시나 앨 고어에게는 투표용지의 ''천공 구멍밥'' ''나비형 투표용지''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일어난 사건들로 양 후보의 품위는 크게 손상됐다.

고어가 패배인정을 번복하자 한동안 부시의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올라간 듯했다.

얼마 안가 부시도 텍사스주에서 자기 손으로 직접 사인해 도입했던 수작업 재검표에 반대하는 위선을 드러냈다.

고어는 불공정하고 비논리적인 문제에 논리적이고 공정한 답을 내놓았다.

변호사들을 철수시키고 공화당 우세지역을 포함,플로리다 주 전체에서 수작업 재검표를 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부시는 이 제안을 거절하고 법정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으로 끌고 갔다.

더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양후보간 적대감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계속되리란 점이다.

이번 선거전의 승자는 두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첫째 대선과 관련해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고,둘째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을 확립할 방법을 찾는 일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선거인단 선거제도 탓으로 보는 비판자들이 많다.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직접선거제도가 더 낫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선거인단 선거제도가 다른 제도보다 특별히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은 두가지에 있다.

첫째 부적절한 기술이다.

미국의 선거관련 기술은 ''단순한 구식''과 ''단순한 첨단'' 중간에 어정쩡하게 끼여 있다.

다음 선거때는 구식이든지 첨단이든지 둘중 한쪽으로 가야 할 것이다.

브라질 유권자들이 터치스크린 기술을 습득하는데 미국인들이 못할 이유가 없다.

두번째 원인은 공화 민주 양당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은 무소속 선거감시인들의 부재(不在)다.

플로리다주의 모든 선거관련 정부관계자들은 민주 공화 중 한쪽과 관계를 맺고 있다.

차기 대통령 당선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주별로 독립적인 선거감독기구를 세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해외선거를 감독할 때는 독립 선거감시인단을 강조하는 미국이 정작 자국에서 이 문제를 소홀히 한다는 건 모순이다.

현재 양 후보지지자중 3분의1은 경쟁후보의 승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양당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는 핵심 당원들이다.

그만큼 미국 정치 양분의 위험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차기 대통령 당선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좋은 정부''를 만드는 일이다.

차기 대통령 당선자는 반대편 인재들을 내각에 끌어들이는 데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당선자는 또 초당적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세금감면안을 완화하고,외교정책에서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공화당원들의 영향력을 억제함으로써 민주당 온건파를 끌어들일 수 있다.

고어 대통령은 재정정책을 완화하고 교육정책 등 부시의 아이디어를 일부 수용함으로써 공화당 온건파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세계가 미국의 대선희극을 보면서 웃고 있다.

그러나 세계 민주주의의 대명사인 미국이 선거의 잡음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희극은 비극으로 바뀔 것이다.

정리=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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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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