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급속히 이뤄진 지난 10년을 보내고 우리는 새로운 밀레니엄의 출발점에 서 있다.

과거 현재를 되짚어보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그려야 할 중대한 시점이다.

약 2년전 세계은행은 경제원조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원조를 받는 국가의 정책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정책을 구사한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 원조의 효율성이 그만큼 높았다.

세계의 많은 원조국들이 이러한 정책을 바탕으로 탄탄하게 성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지구상에는 경제원조가 필요한 나라가 많다.

물론 상당수 선진국들은 원조가 필요한 후진국들을 아낌없이 도와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부 선진국들은 원조에 인색했던 게 사실이다.

몇몇 극빈지역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첫째 상당수 선진국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원조목표치에 미달한 상태다.

이들 선진국이 원조규모를 좀 더 확대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 선진국들은 극빈국들의 채무탕감을 위한 더 폭넓은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극빈국의 채무탕감을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재원부담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것이 저소득국이나 중진국들에 부담을 떠넘기거나 지원을 축소하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셋째 선진국들은 후진국에 대한 무역장벽을 없애야 한다.

세계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모든 선진국의 무역장벽에 따른 비용이 후진국들의 경제개발을 위해 지원되는 금액의 2배를 웃돌기 때문이다.

넷째 에이즈 환경 교육 보건 등 현재 후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현안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원방식도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국제기구를 설립할 필요도 있다.

다섯째 각국별 또는 국제기구별 각종 원조는 지원절차 등을 간소화해 관련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범지구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사안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혼연일체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선진국들의 국가예산은 그리 넉넉지 않다.

기술발전도 최근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경제전망도 그리 밝지않다.

그래서 모든 국가들이 빈곤퇴치를 위해 새로운 공약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인구통계학적인 문제도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다.

앞으로 25년후면 지구촌 인구는 80억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유럽의 인구는 현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도국 인구가 50억명에서 70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새로운 공약 없이는 인류는 조만간 절망과 상실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지구촌을 결코 공평한 사회로 만들 수 없을 것이고 평화와 아동보호라는 과제도 실현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더 많은 국가간 이해와 더 현명한 공동체의 발전을 통해 이룩할 새로운 세상은 국제사회의 협력 여하에 달려있다.

따라서 향후 10년간은 국제사회가 빈곤퇴치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펼치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화 정보화 수명연장 기술발전으로 집약되는 우리 앞에 놓인 기회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세계화에 따른 번영과 이익도 일부 국가들이 아닌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골고루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리=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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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가 지난9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행한 연설문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