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말에 맞은 소위 ''IMF 외환위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일시적인 외환수급 불일치, 또는 단순히 일시적인 경제위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시각을 갖고 보는 것이 우리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한 세기 정도의 장기적 관정에서 조망해 보면 IMF외환위기는 권위주의적인 유교사회에 생소한 체제인 서구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하는 과정에서의 진통이라고 볼 수도 있다.

구제도와 신제도, 구문명과 신문명, 낡은 행동양식과 새로운 행동양식이 만나고 부딪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이 경제면에서 표출된 것이 IMF경제위기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세기 정도의 중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IMF외환 위기는 박정희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주도의 경제성장 제일주의로는 더 이상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없을 만큼 우리 경제가 양적으로 커지고 질적으로 복잡해졌을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도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보다 미시적이고 단기적으로 부적절한 환율과 외환관리로 인해 외환유동성 부족 문제가 야기되면서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 IMF 외환위기였다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환의 유동성부족 문제는 이제 어느정도 해결됐다고 볼 수 있다.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금융기관이나 정부당국도 혼이 났으니 외환수급에는 각별히 신경쓰고 있을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핵심은 ''중기적으로 누적된 문제의 해결''이다.

대규모 기업부실과 금융부실의 해결, 금융기능의 정상화 노력, 공공부문의 축소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한편으로는 과거의 부실을 정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제도를 정착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IMF외환위기를 긴 안목을 갖고 이해한다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세계화와 관련된 질문들과 만나게 된다.

특히 우리 나라에 서구적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이식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러시아와 동구에서의 사회주의 건설 시도가 한 세기도 지속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듯이, 우리 나라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이식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세운 기본철학이자 목표로서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은 우리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올바른 해결방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이 권력의 원천임을 인정하여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존중하고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경쟁에 의해 자원을 배분해 경제의 효율화를 그대화하는 시장경제를 함께 발전시키겠다는 데 누가 이의를 달 수 있을 것인가.

민주주의나 자본주의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정치적으로, 시장경제는 경제적으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데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 한다면, 두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을 구사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지난 50여년동안 우리 나라에서의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는, 외형적으로나 내실면에서 크케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제도의 운영이나 샤람들의 사고방식, 그리고 행태를 고려할 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확고히 뿌리 내렸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존중, 시장제도에 대한 믿음과 시장경쟁원책에 입각한 경제운용, 부정부패와 연고주의의 청산, 법치의 확립, 정직.근면.성실 등의 덕목을 지닌 다수의 건전한 소시민의 육성 없이 진정한 민주주의나 시장경제의 정착은 불가능하다.

민주주의와 자?L주의의 뼈대를 이루는 기본가치들을 가장 우위에 놓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지키려는 국민들과 정부의 부단한 노력이 30년, 50년 이상 계속되어야만 진정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이 땅에 뿌리 내리고 꽃 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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