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으로 부터 돈을 빌린 기업들에 대한 조사권을 예금보험공사에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해야 할 일을 예보가 떠맡고 나서는 것도 그렇고 자칫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예보가 또다른 준사법기관으로 부상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재경부가 이런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만들게 된 배경은 이해할 수 있다.

만연해 있는 도덕적 해이를 뿌리뽑아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는 동시에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비판적인 여론을 달래 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경부로서는 일단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채권회수를 일차적으로 담당해야 할 금융기관들이 공적자금만 요구할뿐 기업들의 자구노력이나 책임추궁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그동안 적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계좌추적권 연장과 금감원의 기업실사권 요구에 이어 예보까지 기업을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고 회수를 극대화하려는 재경부의 노력은 평가하지만 가뜩이나 경제사정도 어려운데 이런 식으로 자꾸만 기업을 욱죌 경우 이해득실이 어떨지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또한가지 걱정은 누구보다 거래기업에 대해 잘 아는 일선 금융기관을 불신하고 예보가 직접 조사에 나서서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부실의 원인이 어제 오늘 생긴 것이 아니고 관계자들이 많을 수록 더욱 그렇다.

정부당국은 채권회수를 일단 주거래은행에 맡기고 결과가 시원치 않을 때는 해당 금융기관의 책임을 철저히 추궁하면 그만이다.

부실기업이나 기업주에 대한 책임추궁이 미흡하다고 해서 예보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조치로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원칙적으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 결과만 가지고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추궁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 더욱 그렇다. 이러니 지금에 와서 새삼스레 부산을 떠는 것은 이를 핑계로 관련부처의 권한만 강화하려는 저의가 있지 않나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부실책임은 엄중히 추궁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여러 기관에 조사권을 준다고 해서 반드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예보에 기업조사권을 주는 것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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