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포르투갈 현지법인의 선물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거액의 손실과 관련,사건 처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법정 소송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포르투갈 법인이 지난 10월초 현지 은행을 통한 선물환 거래과정에서 입은 손실은 최소 2천만달러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손실 규모가 최소 2천2백만달러에서 6천8백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법인의 경리과장이 은행과의 한도를 넘는 규모로 선물환 거래에 손을 댔다가 유럽 공통통화인 유로화의 약세 등으로 커다란 손실을 입은 것.

그러나 이 사건의 주범인 현지 경리과장이 잠적한데다 은행들도 자신들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확한 거래 내역을 삼성측에 통보하지 않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측은 지난달 중순 본사 재무팀을 현지에 파견,해결에 나섰으나 사건 발생 3주가 넘도록 정확한 손실 규모는 커녕 거래 규모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이와 관련,이번 사건에 대해 본사와 연계하지 않고 현지법인이 자체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거래 은행과 손실부담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측이 삼성의 처리방침에 강하게 반발,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측은 은행과의 약정한도나 신용한도를 초과하는 선물환 계약분은 인정할 수 없으며 신용한도 내 계약분에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입장을 은행측에 통보한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주범인 현지법인 경리과장이 위임한도를 초과해 맺은 계약이나 현지법인의 명의를 위조해 맺은 계약은 책임질 수 없다는 게 본사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포르투갈 상업은행(BCP)과 크레디 리요네 등 5개 거래은행들은 거래내역을 수시로 통보하고 확인서까지 발급받는 등 정상적으로 이뤄진 거래였다며 삼성측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현지법인에 대한 관리소홀과 은행측의 감독부재 등이 원인"이라며 "최악의 경우 소송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본금 1천1백만달러의 삼성전기 포르투갈 법인은 삼성전기와 삼성전자가 각각 75%와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위성방송 수신기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예상 매출액은 2억2천만달러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