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시를 감싸고 있는 제3순환도로(3環路)에서 빠져 나와 쓰통차오(四通橋) 사거리에 닿으면 ''중관춘루(中關村路)'' 사인과 마주치게 된다.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중관춘이 시작되는 곳이다.

요즘 이곳은 거대한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고가도로에 올라 중관춘을 내려다보면 대략 20개가 넘는 노란색 크레인이 스카이라인에 솟아 있다.

베이징 주요 지역의 사무실 공실률은 약 70%선에 달한다.

벌써 수년째 부동산경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중관춘에 빌딩이 대규모로 올라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베이징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궈양(郭揚)씨는 "중관춘에서는 지금 사무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벤처업체 외국투자업체 등 정보통신 관련 업체들이 이곳으로 몰리면서 사무실 임대료가 다른 지역보다 1.5배 이상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많은 업체들이 중관춘에 사무실을 얻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란다.

중관춘 중심부에 자리잡은 하이룽(海龍)빌딩.

20층의 이 건물은 1∼5층까지는 전자상가, 그 이상은 사무 공간이다.

이곳 상가에는 컴퓨터를 들여놓으려는 시민과 지방에서 부품을 사기 위해 올라오는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컴팩 매장 점원인 장메이(張梅)양은 "휴일에는 하루 15대를 팔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중국 도시가정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컴퓨터는 핸드폰과 함께 최고 인기품목으로 자리잡았다.

하이룽빌딩 위층으로 올라가면 인터넷 분야에 일고 있는 벤처창업 열기를 실감할 수 있다.

각 층마다 5∼10개의 크고 작은 ''닷컴'' 회사들이 중국의 정보기술 황무지 개척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스마트닷컴의 탕타오(湯濤) 부총경리는 "그래도 이곳에 있는 업체들은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정도로 일단 성공한 것"이라며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벤처사업가가 허름한 창고 등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기업과 합작사들도 가끔 눈에 띈다.

국내업체로는 한글과컴퓨터와 창업자문컨설팅 업체인 LG메디슨, 국내업체의 중국 진출 인큐베이터인 한.중정보기술센터 등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중관춘 중심가에서 빠져 나와 베이징대학 쪽으로 10분정도 걸으면 페이위(飛宇)라는 PC방을 접하게 된다.

약 8백여대의 컴퓨터를 갖춘 매머드급 PC방이다.

기자가 방문한 목요일 오후 4시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손님이 가득했다.

인터넷 검색이 대부분이었다.

정보욕구는 많으나 PC가 없어 이곳을 찾는 젊은이가 많다는 얘기다.

중관춘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조선족교포인 양용남 박사는 "중관춘에 있으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거리 모습에 당황할 때가 많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는 특히 "지난 2월 장쩌민 주석이 이 곳을 방문한 이후 대대적인 재건축 붐이 일기 시작했다"며 "중국의 돈은 모두 중관춘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이후 베이징 주재 60여개 금융기관들이 중관춘 지역 건설프로젝트에 융자한 돈은 1백억위안(1위안=약 1백30원)을 넘었다(중국경제시보 보도).

중관춘이 급성장하면서 ''중관춘 경제학''이라는 용어가 중국언론에 등장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낮은 투입으로 높은 생산효과를 일궈낼 수 있다는 일종의 ''중국식 신경제 이론''이다.

올 상반기 중관춘 단지내 기업수는 약 6만7천개에 달한다.

이들의 공업생산액은 3백20억3천만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7.4%가 증가했다.

이들 기업이 얻은 부가가치액은 82억위안으로 전체 베이징시의 84.5%를 차지했다.

''중관춘을 배우자(學習中關村)''라는 슬로건이 나붙을 만하다.

중관춘의 성장은 베이징의 이미지를 기존 ''정치 수도''에서 ''정보통신 메카''로 바꿀 기세다.

이는 또 다른 성(省)을 자극, 상하이 시안 청두 등 여러 지역에 ''제2의 중관춘'' 설립 붐을 일으키고 있다.

중관춘이 중국 전역에 정보기술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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