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황무석은 이대로 염라대왕에게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이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는 노인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노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르신에게 미화 백만달러를 현금으로 주겠소.나를 데려가지 마시오"

노인이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백만달러가 얼마나 큰돈인 줄 아시오? 1천8백 대 1 환율로 환산하면 원금은 18억원이고, 이자는 연리 1할만 따져도 1억8천만원이오.원금은 까먹지 않고 이자로만 생활해도 어느 샐러리맨보다 잘살 수 있소"

노인이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럼 2백만달러를 주겠소.더이상은 불가능하오"

노인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가 제안한 뇌물을 받지 않겠다는 뜻인지 그의 제안이 어이가 없다는 뜻인지 선뜻 판단하기가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아무리 힘든 상대라도 노력하면 설득할 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막강한 염라대왕일지라도 뇌물 앞에서는 넘어갈 거라고,뇌물의 위력을 그는 믿었다.

문득 노인이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받았음이 탄로날까봐 주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안한 2백만달러는 모두가 현금이오.그것도 20달러짜리 소액권이오.자금 추적을 당할 위험이 전혀 없는 돈이오.그리고 나는 절대로 비밀을 지키는 사람이오.누구에게나 물어보시오.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오.그것이 내가 가진 가장 큰 재산이었소"

그의 말에 노인이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그를 향해 뻗은 손을 내저었다

"현금 2백만달러로 할 수 있는 일을 상상해 보시오.이자만 가지고도 어르신은 가족들과 함께 세계 어디나 여행할 수 있소.지금은 돈만 가지면 세계 어디나 갈 수 있는 좋은 세상이오"

황무석의 말에 노인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어르신이 원한다면 1년 3백65일 매일 이자만으로도 골프장에서 최고급 공기를 마시며 최고급 음식을 먹으며 지낼 수 있소.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 아름다운 골프장이 계속 생겨날 거요"

노인이 손 젓기를 멈췄다.

그러나 노인의 어이없어 하는 미소는 변하지 않았다.

힘껏 밀어붙여야 할 마지막 단계가 왔다고 황무석은 생각했다.

"지금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오.비아그라라는 약이 나와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젊은 여자의 욕정을 마음대로 만족시킬 수 있는 세상이오.젊고 아름다운 여자는 이 세상에 계속 나오고 있소….6개월 전에만 그 약이 나왔어도 내가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거요.잃어버린 성기능을 찾으려고 발악하다가 내가 이 지경이 된 거요.어르신은 이제 나처럼 그럴 필요가 없소"

노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진실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듯했다.

그가 아는 진실은 ''인간의 본성이 혐오스럽다''는 것이었다.

노인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가 경험한 인간의 도덕성은,마치 단단한 소금덩어리가 물에 힘없이 녹아나듯이,돈의 힘에는 허물어지게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노인이 못 이기는 체 고개만 끄덕이면 모든 일은 해결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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