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벤처 캐피털업계가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졌다.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금 회수가 쉽지않게 됐지만,그렇다고 추가 투자 수요를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미국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아직 건재한 것처럼 보인다.

이들 기업의 벤처 투자규모는 올들어 9월말 현재까지 총 8백억달러에 달한다.

작년 한해 동안의 6백억달러를 이미 웃돌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중 미국 경제의 전체 투자 증가율이 평균 59%에 달했음을 고려하면 높다고만도 할 수 없다.

벤처캐피털업계를 정작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투자 수익률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 연구기관인 벤처 이코노믹스사가 이달초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4분기중 벤처 투자수익률은 3.9%대에 그쳤다.

작년말 59%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불과 몇달전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대박"의 꿈에서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벤처 투자자들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벤처 캐피털 업체인 엑셀 파트너스사는 투자자들에게 "지난 몇 년간 거뒀던 수익률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으나,아직도 많은 투자자들은 여전히 대박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한다.

물론 업종에 따라 옥석을 잘 가려내기만 하면 "대박"이 무망한 것 만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통신분야의 경우 실물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닷컴 업체에 비해 기반이 튼튼하다는 이유로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광통신과 광대역 네트워크,이동통신 및 인터넷 기반 산업 등은 첨단 기술의 경연장인데다 관련 기업들의 성장률이 2백~4백%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 캐피털들의 투자 내용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수익 모델이 불투명한 창업 초기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가능한한 줄이고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등 투자 패턴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전체 벤처 투자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창업투자 비율은 5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미 투자한 업체의 포트폴리오 관리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벤처 투자 양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전체 벤처 투자에서 차지하는 금액 비중이 올 2.4분기의 50%에서 3.4분기에는 45%로 낮아졌다.

"닷컴" 업체에 대한 투자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올 2.4분기중 총 41억달러였던 웹 소프트웨어 및 하이테크 분야 투자가 3.4분기에는 28억달러로 줄었다.

전자상거래 및 컨텐츠 제공업체에 대한 투자규모도 같은 기간중 6월말의 1백3억달러에서 9월말 현재로는 77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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