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대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한국은행 자료는 국내 금융시장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드는 진원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은행예금은 늘고 있지만 예금이 증가한 만큼 대출이 늘지 않고 있는데다 은행들이 국공채 투자 등 안전한 자산운용 만을 선호하면서 시중자금이 돌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은행 예대율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예대율이란 전체 예금액에 대한 대출액 비중으로 지난 8월말 현재 71.6%로 나타났다고 한다.

90%를 넘어섰던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기대난이고 더욱이 기업대출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니 이런 상태로는 그렇지 않아도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 흐름을 되돌려 놓는 것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기업대출 비중은 98년말 69.1%에서 작년말에는 66%로, 다시 지난 6월말에는 64%로 떨어지는 등 하락 추세를 계속하고 있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안전성이 높은 투자대상 만을 찾아 자금을 운용한 결과 기업대출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지만 BIS비율을 기준으로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업대출을 줄이고자 하는 은행들의 입장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실제로 기업대출 비중이 높았던 은행의 대부분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전락해있는 것이 사실이고 개인 대출 위주로 영업해왔던 은행일 수록 우량은행으로 대접받는 형국이다보니 은행들의 보수적인 자금 운용을 무작정 나무랄 수 만도 없다 하겠다.

문제는 기업대출을 줄이면서 예대율을 낮추고 있는 지금과 같은 자금 운용방식이 장기적으로는 은행경영의 정상화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위험성이 높은 기업 대출을 줄이는 대신 각종 국공채 투자만 늘려가는 상황이지만 연 7%선의 낮은 국공채 수익률로 은행들이 건전한 수지구조를 확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이는 또 은행업의 본질에도 맞지 않다고 본다.

퇴출문제까지 겹치면서 감축일로에 있는 기업대출 역시 은행 경영을 악화시키기는 마찬가지다.

대출을 줄이다보니 기업 자금난은 가속적으로 심화되고 결국엔 기존 대출금마저 부실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면 지금과 같은 자금운용은 은행 스스로 자신의 경영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도 하겠다.

개인대출이나 국공채의 안전성이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기업부문의 자금순환이 원활한 상황에서라야 가능할 것이다.

기업대출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