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아시아 법률서비스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WTO(세계무역기구)가입을 전제로 중국이 지난 주 자국 내 법률서비스시장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대폭 개방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워 그 여파가 아시아 전역에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 시장을 둘러싼 세계 3대 법률서비스 세력,즉 미국계 로펌들과 영국계 로펌들,그리고 5대 회계법인들간의 대격돌도 예상된다.

이들 세 진영은 시장확보방식이라든지,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에 있어 각기 매우 다른 전략과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그 경쟁양상은 특히 흥미로울 것이다.

◆법률서비스업계에서의 중국의 중요성: 중국은 지금 연내 WTO에 가입한다는 목표아래 기존 WTO회원국들과의 협상에 막바지 피치를 올리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을 포함,36개 교역국가가 중국과 관련 쌍무협정을 맺었다.

또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하루라도 빨리 중국 문이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의 소망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어느 한 나라와 합의된 사항은 다른 모든 나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이미 합의에 이른 나라들도 제3국의 대(對)중국 협상 과정이 더 많은 성과를 올리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훈수를 두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이 지난주 법률서비스시장 개방과 관련해 또 한번의 양보 의사를 밝혔다.

외국 로펌이 여러 지역에 다수의 사무소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규제완화조치를 WTO가입 후 몇달 내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당초 미국과의 협상에서 1사(社)-1사무소라는 기존 규칙을 WTO가입 후 1년 내로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었고 유럽연합과의 협상에서는 외국 로펌이 외국법만 아니라 중국법에 대해서도 자문할 수 있도록 양보한 바 있다.

하여간 이제 중국 내 법률서비스시장은 중국의 WTO가입과 거의 동시에 세계 모든 로펌들의 완전경쟁시장이 될 전망이다.

벌써 1백20여 외국 로펌들이 중국에 진입해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대형 기업인수합병 붐도 수그러드는 가운데 이들에게 중국은 새로운 신천지가 아닐 수 없다.

일부 회사는 중국에서 상당기간 연간 최고 30%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계와 미국계 양 진영의 차이점: 세계 각국의 법률서비스시장은 전통적으로 해당 국가의 토종 로펌들에 의해 거의 다 장악돼 왔다.

각국 내에서도 온갖 경쟁회피적 규제들로 인해 어느 한 로펌이 압도적인 세력을 키울 수 없도록 견제돼 왔다.

이는 지금도 여전하다.

로펌의 국제화는 그 선봉격인 미국 베이커 앤드 맥킨지사의 경우 반세기 동안 추진해 왔지만 최근까지도 예외에 속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유서깊은 대형 로펌들 사이에 국경을 초월한 합병바람이 불면서 급속도로 법률서비스의 국제화가 진척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그렇다.

이제 유럽에서는 10년 후 거액 법률서비스는 몽땅 다 최상위 10대 로펌 차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법률서비스의 상층부시장은 미국과 영국 두 진영간의 대결 양상으로 발전되고 있다.

물론 아직 영국계가 많이 뒤진다.

파트너 1인당 이윤으로 따진 세계 20대 로펌 중 영국계는 다섯개,나머지는 모두 미국계다.

영국계는 9,14,15,17,18위 등으로 순위에서도 밀린다.

이는 우선 미국 내수시장의 절대 규모가 유럽보다 크기 때문이다.

미국 로펌들은 아울러 법률서비스시장 중 가장 이윤이 좋은 기업인수합병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인수합병 딜을 도맡다시피 하는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메릴린치 등이 모두 미국계 투자은행인 덕분이다.

그래서 미국 로펌들은 직접 자신이 해외에 진출하지 않아도 된다.

수임사건이 저절로 굴러 들어온다.

이에 비해 영국계는 일감을 찾아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리고 분산된 조직의 지력(知力)을 통합하고 세계 각지의 고객들을 이음새없이 모시기 위해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적극 채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양대 계열 5대 로펌들의 파트너 1인당 순이익 차이가 1993년 1.8:1에서 1998년 1.3:1로 좁혀졌다.

연말연시로 예정된 영국계 로펌들의 온라인 서비스망이 본격 가동되면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다.

신동욱 전문위원.경영博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