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제상황이 선진국을 닮아간다고 해서 선진국에서 성공한 모든 사업이 국내에서도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 사정이 IMF 구제금융의 그늘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할 즈음 40대 후반의 K씨는 서울 서초동에서 가방 전문점을 열었다.

교대역 부근에 점포를 얻은 K씨는 생활수준이 비교적 안정된 지역 상권의 특성을 파악하고 자신의 고급 가방 판매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방식으로 제조돼 해외시장에서 주로 판매되다가 수출업자가 내수로 판로를 바꾸면서 K씨에게 판매를 위탁해 온 것이다.

여행용 가방에서부터 고급 핸드백 등 종류도 다양하고 수출상품이었던만큼 품질 또한 자신 있었다.

일본에서는 가방 로드샵이 성행이다.

이런 일본사정을 본 K씨는 아직 시장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선진국에서 성공을 거둔 사업인만큼 선진국의 사례를 많이 따라가는 우리나라의 소비행태를 볼때 시장성은 충분하리라 막연하게 짐작했다.

비록 브랜드 인지도 면에선 해외 명품들과 상대가 안되지만 가방의 품질면에서는 자신이 있었고 구매력있는 상권에 점포를 얻었으므로 초기에 홍보부족에서 오는 매출저조는 곧 회복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업초기에는 K씨의 가방이 인기 있는 듯 했다.

자신과 연고가 있던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가방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인기는 얼마가지 못했다.

K씨의 가방은 지역 주민들에게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 점포에서 10만원대의 고가 가방을 사려는 소비자들은 극히 드물었다.

국내 가방에 대한 소비문화는 주로 백화점 중심에서 이뤄진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름도 없는 가방을 로드샵에서 10만원 이상이나 주고 사려하지 않는다.

브랜드 이미지가 확실하지 않으면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시장을 개척한다는 자세로 적극적인 홍보를 할 수 있겠지만 상품성에 따라 시장개척이 어려울 수도 있다.

가방은 새로운 시장개척이 어려운 아이템중 하나.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에 새상품으로 회전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브랜드 파워가 생기지 않는 한 일반 홍보만으로는 자연적인 수요창출이 어려운 상품이다.

K씨는 선진국의 사례만 보고 무조건적으로 사업을 도입해 실패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제사정과 소비패턴의 차이점을 무시한 채 선진국의 잣대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들이댄 결과이다.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등 시설투자에 많은 돈을 들인 K씨는 쉽게 가방점을 포기할 수 없어 1년이나 차입경영을 했고 결국 초기 투자비용도 건지지 못한 채 점포 문을 닫아야 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 (02)786-8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