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매독환자이고 어머니는 결핵환자였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네 자녀중 맏이는 장님이고 둘째는 사산아,셋째는 귀머거리,넷째는 결핵을 앓았다.

이 부부가 다섯째는 낳지말라는 의사의 충고를 들었다면 우리는 지금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간질환자였고 반 고흐도 심한 정신질환자 였다.

심한 유전적 장애자인 이들은 과연 태어나지도 못하게 했어야 했던 인물들이었을까.

인간의 질병과 죽음에 대항해 싸워온 과학자들은 눈부신 유전공학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유전자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권을 갖게 됐다.

미국의 스티븐 로젠버그와 프랜치 앤더슨이 89년 변형시킨 유전자를 최초로 이식시키는 작업에 성공한 이래 유전자의 비밀이 거의다 풀려가고 있다.

유전자의 나선형구조 발견으로 62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크릭은 "언젠가는 모든 신생아가 건강한 유전자만의 소유자가 아닐 경우 살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공언했다.

또 5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은 신생아의 머리에다 각자의 유전기록을 표시하는 부호를 그려넣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상상만 해도 섬뜩한 이야기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결함있는 유전자를 가진 부모가 유전자검사를 거쳐 건강한 수정란을 선택해 임신한 아기가 출생했다고 해서 화제다.

발랭탕이란 이름의 이 신생아는 불치의 유전병은 면하게 됐지만 ''유전자조작 인간''으로 태어난 셈이다.

현대 의학의 개가임에 틀림없다.

결함을 가진 유전자들에 의해 유전되는 질환은 1천8백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중 이같은 유전자 선별로 피할수 있는 것은 아직 30여종에 불과하다.

유전자 치료는 이제 시작이다.

끝내 의문으로 남는 것은 인간유전자의 조작이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재생세포에 영향을 줘 유전형질을 변형시켜간다면 본래의 그와는 다른 인간으로 진화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병충해에 강하고 산출량도 많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처럼 말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는 좋을 수도 있지만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