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리사인이 지난 10일부터 ''한글.com'' 방식의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사전 변칙등록 시비로 인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한글 도메인 시장을 두고 초기부터 이런 혼란이 빚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문제의 발단은 베리사인측의 준비부족과 무성의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베리사인측은 이런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정식서비스를 개시할 때는 기존의 한글 변환방식을 바꾸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변환방식을 변경하지 않아 일부에서 기존 변환방식이 갖는 기술적 허점을 이용해 변칙적 사전등록을 했고,이로 인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한글도메인 등록을 시도한 기업들이나 개인들은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베리사인측은 사전 등록을 삭제하려면 ICANN(국제 도메인 명칭기구)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

문제의 근원이 상당부분 자신에게 있다고 보면 베리사인측은 즉각 사태 수습에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아시아 및 유럽에서 자국 도메인에 대해선 해당 국가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을 인식한다면 특히 그러하다.

이 문제에 관한한 정부 역시 결코 방관할 일은 아니다.

이번 변칙등록에 불공정 행위의 소지가 있는 만큼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률의 저촉여부를 검토해 시정하는 방법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이를 계기로 내년 초부터 실시되는 ''한글.kr'' 등록시에는 유사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더욱 뜨거워질 한글 도메인 시장에서 리얼네임스의 서비스가 몰고올 파장도 주목된다.

MS가 대주주인 이 회사가 MS 웹브라우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한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선 벌써부터 독점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주의를 소홀히 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