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여전히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무석은 몸을 힘들게 일으켜 세웠다.

머리 왼쪽이 팽팽히 당겨진 활처럼 느껴졌다.

황무석은 뒤쪽으로 뛰어가려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진성호가 두 마리의 개를 정말 풀어 놓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가 가족말고 유일하게 진정한 애정을 준 골프장의 페어웨이에서 골프를 치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면 한이 없겠지만,개한테 물어뜯겨 죽는 비참한 죽음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고 싶었다.

그는 그 자리에 도로 주저앉았다.

누군가 안개 속에서 그에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내가 하라는 대로 무조건 한다고 했지?"

이제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진성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모습은 더 깊어진 안개 속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정상이 아닌 것 같아요.

머리 속 핏줄이 곧 터질 것 같습니다.

당장 도움이 필요합니다"

황무석이 앉은 채 말했다.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안개가 그의 주위를 맴돌아 옮겨가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안개가 내는 소리를 듣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확실히 머리 속이 뭔가 정상이 아닌 듯했다.

"당신의 머리 속 핏줄이 터졌으면 좋겠어.기억력을 향상시킬 테니 말이야….내가 원하는 것은 당신의 정확한 기억력이야"

"무슨 일이든 물어보십시오"

"회사 주가 조작할 때 당신이 개인적으로 주식을 대량 매입했지?"

"그런 일 없습니다"

황무석은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 잡아뗐다.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진성호가 치는 공이 매서운 소리를 내며 황무석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다시한번 거짓말을 하면 이번에는 공이 당신 머리를 맞힐 거야.30m 앞에 있는 당신이 공에 맞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알고 있겠지?"

진성호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려왔다.

황무석은 진성호가 그의 목덜미를 움켜잡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는 듯해 몸을 움츠렸다.

"다시 묻겠어.당신이 주식을 대량 매입했지?"

"그,그,그렇습니다"

"차액을 얼마나 챙겼어?"

"……."

"빨리 말해.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공을 날릴 거야.이제는 당신을 향해 칠거야"

"이,이,이십억 정도요"

"지금 현금으로 갖고 있나?"

"아니오"

"그럼 어떻게 했지?"

"달러로 바꿔 놓았습니다"

"당신은 천재야.…IMF사태가 나 달러 환율이 배로 뛰었으니까 지금은 40억원은 되겠군"

황무석은 얼굴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돈은 당신 것이 아니야.그러니 내놓아야 해"

진성호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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