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과 현대자동차의 뒤바뀐 처지가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현대와 포철에 따르면 유상부 포철 회장은 지난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을 만나 자동차 계열사인 현대강관에 자사의 핫코일을 공급해주겠다고 제의했으나 정 회장측에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가 그동안 포철에 "자동차용 냉연강판의 원료인 핫코일을 제공해달라"고 매달려 왔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달라진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가 포철의 제의를 물리친 것은 현대강관이 일본 가와사키제철과의 제휴로 핫코일의 대체 조달선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굳이 포철의 ''손''을 빌릴 이유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반면 포철은 가와사키제철이 이번 제휴를 등에 업고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국내 냉연시장 점유경쟁에 한층 불을 지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냉연시장의 연간 수요는 7백만t 안팎인데 비해 포철 연합철강 동부제강 등 냉연업체들의 연간 생산량은 1천5백만t을 웃돌고 있다.

포철은 이에 따라 ''가와사키 쇼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측에 대한 설득을 추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측은 "한발 늦었다"며 냉랭한 반응이다.

여기에는 포철에 대한 현대측의 구원(舊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지난 97년부터 현대강관을 통해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 계획을 추진했다.

냉연강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원료인 핫코일을 납품해줄 업체를 찾아야 했고 국내 유일한 생산업체인 포철에 납품을 제안했다.

그러나 포철은 "이미 포화상태인 냉연 생산에 도움을 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 때문에 현대강관은 해외 여기저기서 핫코일을 수입해 자동차용 강판을 만드는 바람에 그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회사가 정상궤도에 올라서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업계는 현대차와 포철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차제에 현대강관의 자동차용 냉연 생산규모를 현재의 연 70만t에서 내년중 1백20만t으로 늘리는 등 궁극적으로 ''철강 소재의 완전한 자체 조달''을 이뤄낸다는 청사진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영·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