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표에 의하면 그동안 문어발식 확장을 해 온 대다수 공기업 조직이 고유·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축소됐다.

인원도 20% 이상 감축되어 향후 5년간 약 6조5천억원의 경비절감효과가 있으며 민영화계획도 차질없이 추진,약 11조원의 매각수입이 발생했다.

그러나 정부가 주장하는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경영혁신은 아직 국민들 기대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민영화는 공기업이 갖고 있는 본질적 한계인 대리인문제(agent problem)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공기업 민영화의 대부분은 정부소유 주식의 민간매각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소유권은 정부가 계속 갖고 있는 형태로 진행돼 왔으며 국민의 정부 민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공기업의 형태로 존속될 기관은 물론 민영화되는 기업들에 대한 집권세력이나 정부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다.

이는 우리 나라 공기업 구조개혁의 핵심은 운영시스템 혁신을 통한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경영체체의 확립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공채를 통한 사장선임,사장경영계약제 및 예산편성지침의 임의규정화 등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도입된 자율과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많은 제도에도 불구하고,제도도입의 실질적 성과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특히 경영의 핵심요체인 사장 임명과 관련,선임절차 공정성이나 사장의 최고경영자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개적인 선임절차에도 불구하고 사전내정자로 알려진 인물이 사장으로 선임되고 또 지난 4월 총선을 전후해 경영의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정치권인사가 공기업 경영진에 대거 임명됨으로써 경영혁신을 위해 새로 도입된 여러 제도들의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공기업 구조조정이 부진하다는 것은 1백41개 공기업의 구조조정 및 경영혁신 추진실태에 대한 금년도 상반기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잘 확인되고 있다.

이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조직이나 인력관리,특히 임금이나 복리비 등과 관련한 추진실적이 저조하다.

경영손실을 무시한 채 보수를 인상하고 또 노조를 무마하기 위해 과다한 복리후생 개선요구를 여과 없이 수용한 사례가 많았다.

민간부문에 비해 과다한 퇴직금누진율 등 복리후생제도의 적정화는 공기업 노조의 반발 및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의 미비로 인해 그 진척이 미미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기존 근로조건의 저하에는 해당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경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공기업부문 경영의 진정한 개혁은 자율과 책임에 바탕을 둔 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공기업 지배구조를 정립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의 성취여부는 국민의 정부 공기업 개혁 추진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나 제도개선보다는 집권세력의 의지에 달려 있다.

공기업부문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 대통령의 결단이 지금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자율적인 경영혁신 추진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구조조정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은 있었지만,지금까지의 공기업 개혁은 구체적인 지침까지도 정부에 의해 정해져 시달되는 ''위로부터의 타율적인 개혁''이었다.

외환위기라는 절박한 상황을 벗어난 이 시점에서 공기업 개혁의 완성을 위해서는,개혁에 공기업 하부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와 공기업 경영층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끝으로 전력 가스 등 주요 기간산업에 효율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독점적 공기업의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산업의 규제완화와 민영화가 정치적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당초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여건 변화나 당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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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한국외대 경제학과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정부 공기업경영평가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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