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황무석이 무언가 홀린 듯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그린 쪽에서 이제는 공 맞는 소리가 강하게 들림과 동시에 골프공이 그의 머리 위로 날아가 멀지 않은 곳에 툭 떨어졌다.

"7번 아이언샷이오.황 사장 바로 뒤쪽 1백50m 마크가 있는 곳에 공이 떨어졌을 거요.

황 사장은 지금 그린에서 1백10m쯤에 와 있을 거요"

진성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개 짖는 소리 사이로 또다시 공 맞는 소리가 들리면서 곧이어 골프공이 그의 옆에 떨어졌다.

"9번 아이언샷이오.황 사장 근처에 떨어졌을 거요"

진성호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쩐 일입니까?"

황무석이 두 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소리치면서 진성호가 갑자기 미쳐버리지 않았나 의심했다.

그 순간 또다시 공 맞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공이 황무석의 몸을 스쳐서 바로 뒤쪽에 떨어졌다.

"위험합니다"

황무석이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시오.당신은 지금 그린 위 깃발 행세를 하고 있으니까 꼼짝 말고 있어요"

개 짖는 소리와 함께 공 맞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 마리쯤 되는 개는 계속해서 무섭게 짖어댔다.

황무석은 뒷걸음질쳤다.

꿈이 아니라면,진성호는 오늘 아침 갑자기 미쳐버린 듯했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오.안 그러면 내 옆 나무에 묶어놓은 개를 풀어놓을 거요.

그러면 10분 내에 당신은 내가 데려온 두 마리 개의 밥이 될거요"

진성호가 외쳤고,개 짖는 소리는 더욱 사나워졌다.

황무석은 그 자리에 섰다.

곧이어 또다시 진성호의 공 치는 소리가 들렸고,공은 공중을 날아와 거의 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정말로 머릿속 혈관이 터지지 않았나 불안해졌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과거에 심성이 약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양심적이기 때문에 쓰러진 많은 사람들처럼 자신은 그렇게 허물어질 수는 없었다.

순간 한없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몇달 전부터 잃어버린 정력을 되찾아보고자 절제없이 먹어치운 육류와 강장 음식들이 고혈압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또다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또다시 공 맞는 소리에 이어 자신의 옆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공이 떨어졌다.

무슨 갑작스러운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진성호는 미쳐 있음이 분명했다.

황무석은 그런 미친 자가 치는 공에 맞아 병신이 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어때? 이번 공은 당신과 얼마나 멀리 떨어졌어? 점점 당신에게 가까이 갈 거야"

진성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러십니까? 뭘 원하십니까? 하자는 대로 하겠습니다"

황무석은 목청껏 소리치면서 머리 왼쪽에 통증을 느꼈다.

소리를 칠 수 있는 상황으로 봐서 혈관이 터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제 터질지 모를 일이었다.

"뭘 원하느냐고? 하라는 대로 한다고?"

"그렇습니다.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황무석은 점점 더 깊어지는 새벽안개 속에서 보이지도 않는 앞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