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의 약진에는 설계기술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10여년전까지만 해도 한국 조선업체들의 설계능력은 그다지 평가를 받지못했다.

선형개발이나 세심한 설계분야,나아가 디자인까지 유럽 일본업체들이 주도한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가 개발한 선형을 일본이나 유럽업체들이 모방하고 따라오는 형국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수주물량이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 95년에 총 4백억원을 투입,대덕연구단지에 수조를 완공했다.

이는 너비 4천1백평에 길이 4백m,폭14m,깊이 7m로 세계 최대 예인수조다.

이 수조는 대형모형선박을 통해 속도 추진성능 저항 등 선박의 유체역학 관련 핵심기술들을 테스트하는 장비다.

특히 선박모형을 움직이는 예인전차는 자기부상열차에 적용되는 선형유도형모터(Linear Induction Motor)를 사용해 최고 80노트(140km/hr)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초고속선 개발에 큰 기여를 하고있다.

또 길이 36m,폭14m의 밀폐된 사각 터널안에 일정한 유속의 물을 순환시켜 프로펠러의 성능시험과 수중 소음특성 등의 연구를 가능케했고 3차원 레이저(Laser) 계측장비의 설치로 입체적인 공간개념 분석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중공업도 종래 도면중심인 설계방식을 바꿔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공간에서 선박 엔진 공장등을 마치 실물처럼 리모델링하고 있다.

고객들도 이 가상공간을 활용해 자유롭게 각종 기기들을 조작해보고 시뮬레이션을 해 볼 수있도록 했다.

현대중공업은 나아가 최근 경기도 용인시 마북리에 "테크노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본격 나섰다.

이 연구소는 특히 새로운 감각의 디자인에 인체공학적 설계를 접목하는 "시스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쉽게 말해 각종 선박을 하나의 패션상품으로 보고 설계와 디자인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충동 연구소장은 "굴뚝 색깔이 반드시 검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디자인 경쟁력은 고정관념을 깨는데서 출발한다"며 "생산성과 기술만으로는 일류기업의 반열에 오르기 힘든 만큼 선박의 세계적인 유행을 주도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