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의 활황은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 축적된 기술,월등한 가격경쟁력 등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특히 올 상반기에 수주뿐만 아니라 건조량에서도 처음으로 일본을 제친 것은 여러가지로 주목할만하다.

국내 업계는 그동안 선박건조 분야에 집중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왔고 풍부한 기술인력을 양성, 선주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고부가가치선인 가스선과 컨테이너선의 수주 비중이 대폭 확대된 이유도 국내 업계의 높은 기술력과 품질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엔화강세라는 외부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끊임없는 원가절감 노력으로 생산비용을 줄인 것이 주효했다.

따라서 갑작스런 엔화약세 등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국내업체들은 상당기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 얼마나 차이 나나 =세계 조선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1,2위를 다투고 있어 한국의 최대 경쟁국은 일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주력선종인 범용선은 세계 조선수요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조선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최대경쟁국인 일본 조선산업과의 가격경쟁력을 비교 분석해야 할 것이다.

한국 조선업계가 일본 업계와의 수주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건조비용이 일본보다 5% 이상 낮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5%포인트를 가격경쟁력의 균형점으로 보는 이유는 기술.지명도.금융조건 등 일본이 갖고 있는 비가격 경쟁부문의 프리미엄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틀을 전제로 양국의 경쟁력을 분석해 보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15~20%가량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대비 원화 환율을 1천1백원, 엔화 환율을 1백5엔으로 가정했을 때의 격차는 대략 19%포인트다.

이같은 격차는 일본의 변동비가 한국의 총 건조비용보다 크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선가"가 국내 업계의 총생산비용보다 높다는 사실을 뜻한다.

다시 말해 발주사가 한국의 건조능력 이상의 가격으로 지속적으로 발주한다면 국내업계는 일본의 한계선가와 총건조비용 사이에서 가격을 결정할 수있게 된다.

<> 향후 경쟁력 전망 =한국 조선업체들의 대일 가격경쟁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엔화대비 원화 환율과 함께 양국간 생산성, 자재비 가격 추이를 살펴야 한다.

엔화대비 원화 환율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생산성과 자재비에 대한 예측은 가능하다.

먼저 생산성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생산성 향상 폭은 일본보다 높을 것이다.

즉 지난 93~96년의 설비확대기간에 신규채용한 인력들의 근속연수가 높아지면서 숙련도가 향상될 전망이다.

또 한국 조선업체들의 보유 및 증설 설비는 대형 독과 크레인 등 VLCC 중심의 대형선박을 건조하기 위한 설비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VLCC나 컨테이너선처럼 대형선의 건조비중이 높아지면 한국 조선업계의 생산성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재 측면에서도 한국은 지난 98년부터 기자재 수급이 원활해지고 구입가격(달러화 기준)도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후판의 경우 포항제철과 동국제강의 증설설비가 완료되면서 후판부족 현상이 해소됐다.

이와 함께 단기적인 엔화 환율의 상승이 한국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조선업계에서의 가격경쟁력은 현재의 환율보다 건조시점의 환율예측치(견적환율)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화 환율의 상승추세가 장기화되면 현재의 경쟁구도가 심화되면서 선가가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

이종승 < 대우증권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