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영원한 해양강국을 건설한다"

국내 조선업계가 선박 IT(Information Technology)를 앞세워 세계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선박에 디지탈 기술을 접목,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시장을 완전 평정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맹렬한 기세로 쫓아오고는 있지만 그들이 도크를 넓히고 근로자들을 훈련시키는 동안 한국은 새롭게 부상하는 해상 e비즈니스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차별화 전략으로 나간다.

영원한 경쟁자 일본이 구조조정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밀레니엄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세계 조선시장은 한국의 독무대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3.4분기까지 총 8백68만CGT(보정톤)을 수주, 세계 발주물량의 50%를 싹쓸이하는 괴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백68% 늘어난 수준이며 일본과 유럽연합(EU)은 한국 조선업계의 파상 공세에 일사천리로 밀리고 있다.

건조량(4백59만CGT)도 세계 1위로 올라섰고 남은 일감을 의미하는 수주잔량 역시 1천6백42만CGT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분명 국내 조선산업은 기술 품질 가격 등 모든 측면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일본이 구조조정을 끝내고 중국이 힘을 비축할 때까지 적어도 2~3년의 세월은 우리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

이같은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 몇년간 엄청난 활황세를 보이며 국내 경기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경기도 불과 몇달만에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국내업계가 앞다퉈 디지탈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IT없이는 "10년 왕국"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선업과 정보통신의 만남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일찍이 정보통신 기술이 가장 발달한 분야가 선박이었다.

망망대해에서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며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통신기술의 발달이 필수적이었다.

1912년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한 참사도 따지고보면 오늘날과 같은 "IT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박의 IT화는 우선 "인터넷 선박"에서 출발한다.

인터넷 선박은 기존 선박용 IT 장비에 인터넷 네트워크를 접속, 인공위성을 이용한 데이터 통신을 가능케 하고 운항중인 배에서도 항상 새로운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

변화무쌍한 바닷길에서 가족과 e메일을 주고 받고 휴대용 단말기로도 다른 운항 선박들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 전장설계부의 김종건 과장은 "인터넷 선박은 떠다니는 인텔리전트 빌딩"이라며 "승무원들은 바다와 인터넷을 동시에 항해함으로써 시공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의 IT화는 안전과 선박제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INS(Integrated Navigation Control System)로도 불리는 종합항해시스템(TNS)은 글자 그대로 조타실에서 운항중인 선박의 모든 상태를 체크, 소수의 인원으로도 최적의 항로를 찾아갈 수있다.

또 자동항로추적시스템(ANTS)는 선박 스스로 배의 속력, 바람과 해류의 영향을 자동 분석해 최적의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인공위성 기술을 이용해 나라별 항해 통제정보, 항구별 기상및 입출항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받음으로써 선박항해에 필요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축이 가능하다.

선박의 IT화는 이 때문에 과거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치부돼 오던 조선산업의 성격 자체를 첨단산업으로 바꾸고 있다.

선박의 건조부터 운항까지 발생하는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일관화함으로써 수주-설계-자재구입-물류-항해에 이르는 전과정의 효율을 증대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시스템통합(SI) 기술, 정보처리 하부구조 기반기술 등 고도 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변신까지 꾀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