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15일 밤 서울시내 모처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MK)과 만나 현대그룹 자구계획에 현대자동차가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현대그룹이 발표한 현대오토넷과 종합상사를 현대자동차가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수용해 주도록 정 회장에게 촉구했다고 금감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실무차원에서 참여여부를 검토해 보겠다는 극히 원론적인 답변만 해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뚜렷한 결론없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정몽구 회장과의 회동에 앞서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MJ)과도 만나 계동사옥 인수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현대그룹은 이날 정부의 중공업 전자 등 조기 계열분리를 통한 사실상의 그룹해체 요구를 받아들이고 현대종합상사 현대오토넷 계동사옥 등을 자동차와 중공업에 팔아 건설자금난을 해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재수 그룹구조조정 위원장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측은 즉각 "주주와 시장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거부입장을 밝혀 추가자구안이 실현될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가 그룹에서 분리되는 오는 2002년에 현대그룹에는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등만 남게 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현대건설 및 현대그룹 유동성 확충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계동 본사 사옥 매각 △자동차 오디오 제조업체인 현대오토넷 매각 등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자동차 및 중공업과의 합의를 거쳐 현대건설 및 현대그룹 자구안을 확정할 예정이며 자구안 발표는 내주초로 연기될 전망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