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임직원들의 과실과 부주의에 따른 각종 손실을 배상하는 책임보험을 의무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불가피한 면도 없지는 않다고 하겠다.

임의보험을 의무화하는데 따른 부작용도 없지는 않겠으나 대형 금융기관만 하더라도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비율이 65%에 이른다니 강제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금융기관이 임직원의 손실을 부보할 수 있는 보험상품은 금융기관 종합보험과 임원 배상책임보험의 두 종류가 있지만 은행 증권 보험사만 하더라도 대상기관 1백64개사중 실제 보험에 가입한 기관은 60개에 불과하고 소형 금융기관들은 가입 자체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손실이 나는대로 바로 금융기관의 부실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는 공적자금으로 이를 메우고 있다니 딱한 노릇이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노출되어 있음을 드러낸다고 하겠지만 지금까지 이를 독려하지 못한 당국에도 적지않은 관리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물론 관련 보험상품이 지난 98년에야 도입돼 아직 인지도가 낮은 탓도 있고 보험료가 비싸 소규모 금융기관들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상 2백억원 한도에서 보험에 들고 있는 우량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보험료율이 배상한도의 4%에 육박하고 있어 결코 적지 않은 경영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해에도 보험가입 의무화가 추진되었다가 무산된 바 있고 최근 연이은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부랴부랴 의무화를 서두르게 된 것이라고 본다.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가입자수가 늘어난다면 보험료 또한 자연스레 떨어진다고 봐야겠지만 기왕에 보험가입을 의무화한다면 차제에 보장한도는 높이고 보험료는 낮추어주는 제도적 개선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보험 무방비 상태가 금융기관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위 전문직 보험은 임원 배상책임보험 외에도 공인회계사와 의사 등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상장기업의 임원배상보험 가입률조차 25%를 밑돌 정도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가입률이 90%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하면 한심한 수준이다.

당국으로서는 제도 정비를 서두를 일이지만 일반 기업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호장치를 스스로 갖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주대표 소송에 이어 집단소송제까지 도입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결코 미룰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