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 SK생명 대표이사 wspark@mail.sklife.co.kr >

애플루엔자(Affluenza)라는 말이 있다.

풍요(Affluence)와 독감(Influenza)의 합성어인 이 애플루엔자는 최근 몇년 새 미국 나스닥이 폭등하면서 단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돈으로 겪게 되는 일종의 우울증을 일컫는 말이다.

바로 ''돈을 어떻게 벌 수 있을까''에만 몰두할 뿐 ''어떻게 하면 돈을 올바르고 가치있게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갑작스레 찾아온 부(富)에 대해 심적(心的)인 주체를 하지 못하고 정신적 공황을 겪는 사람들의 ''부자병''인 셈이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돈은 그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도구일 수도 있지만,때로는 지나치게 매달리게 만들어 이성을 잃게 하고 급기야 한 사람의 운명을 비참하게 만들어버리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부패와 비리의 대부분은 돈을 남들보다 더 얻기 위함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명예나 목숨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반면 각박한 살림 속에서도 남모르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베풀고 나누는 사람들의 존재를 접할 때면 마음 한 구석이 훈훈해짐을 느낀다.

우리 나라에는 돈에 관한 속담만도 5천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중에는 ''돈 주면 귀신도 부린다''처럼 돈의 힘을 강조하는 말이 있고 또 ''돈은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써라''처럼 돈 버는 것보다는 돈을 올바로 쓰고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강조하는 말도 있다.

강철왕 카네기는 어떻게 돈을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다음과 같은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많은 돈을 남기고 가는 죽음은 치욕이다.

성공한 사람은 그 사회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살아있을 때는 사회에 분배하고,죽음을 앞두고서는 모든 것을 기증할 자세가 되어야 한다"

농서지방을 얻자 촉땅마저 바라게 됐다는 득롱망촉(得壟望蜀)의 분위기가 사회 한 구석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요즘 다시 한번 카네기의 말을 곱씹어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