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네번째 홀 티그라운드를 지나면서 황무석은 지난 6개월 동안 정력에 좋다는 보약은 무엇이든 찾아 복용한 것을 후회하는 마음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약해진 아랫도리의 힘을 회복하려고 저녁마다 갈비나 생선회를 포식하였다는 사실이 꺼림칙했다.

과거에는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며 소식(小食)하는 습관을 철저히 지켜왔으나,지난 4개월 동안은 정력에 좋다면 뱀이나 개구리 등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는 문득 며칠 전 어느 의사와 골프를 치면서 그가 얘기한 비아그라라는 정제를 떠올렸다.

그 사람이 허튼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니 사실인 것이 분명하지만 만약 그가 얘기한 것이 사실이라면,그 빌어먹을 비아그라가 반년 전에만 나왔어도 그가 오랫동안 지켜온 소식하는 습관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보다 억울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강한 아랫도리의 힘을 다시 찾기로 결심한 이유도 석연치 않았다.

자신의 인생이 누구의 인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이유로 그는 자식농사와 사회적 지위와 아랫도리의 힘,이 세 가지를 꼽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아랫도리 힘이 전만 못해졌다 하더라도 완전히 불능이 되지 않은 이상 구태여 과거의 정력을 되찾으려고 그토록 아둥바둥댈 이유가 없었다.

단지 성기능의 약화를 인생 유용성의 상실과 등식화하는 자기 나이 또래 사내들의 일반화된 사고를 자신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황무석은 생각했다.

다음 순간 그는 생각을 고쳤다.

한번 자신에게 들어온 것은 결코 놓치지 않았던 자신의 습관이 더 큰 이유라고 생각을 바꾸었다.

왕성한 성기능도 단순히 한때 자기 것이었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가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리라고 그는 결론지었다.

황무석이 네번째 홀에 도착했을 때,개 짖는 소리가 여명을 뚫고 짙은 안개를 가로질러 그의 귓속으로 후벼들었다.

마치 먹이를 사이에 두고 두 마리의 투견이 으르렁대는 듯한 소리였다.

그는 몸이 오싹해왔다.

골프장에서 이렇게 개 짖는 소리를 듣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걸음을 빨리했다.

그린 가까이 왔을 때 안개 덮인 그린에서 개 짖는 소리와 함께 ''탁'' 하고 공 맞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황무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네번째 홀 그린 근처에 사람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었다.

개가 무섭게 짖어대는 가운데 또다시 공 맞는 소리가 묵직하게 들렸다.

누군가 개를 데리고 와 네번째 홀 그린 근처에서 골프샷을 하고 있는 듯했다.

세상에 골프에 미친 사람이 많지만,동도 트기 전에 골프장에 몰래 들어와 샷 연습을 할 정도로 미친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그린 쪽으로 뛰다시피 가면서 사람의 모습을 눈으로 찾았다.

개 짖는 소리와 공 맞는 소리만이 다시 들릴 뿐,짙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황무석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였다.

"황 사장,나요,여기서 황 사장을 기다리고 있었소"라고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진성호의 목소리였다.

황무석은 그 목소리가 현실 너머 저편에서 아득하게 들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이 이른 시간에 자기에게 알리지도 않고 골프장에 와 골프샷 연습을 할 정도로 진성호는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