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 민주당 국회의원 cma2000@polcom.co.kr >

클린턴이 딸같이 젊고 육감적인 인턴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염문으로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급기야 상원에서 탄핵소추까지 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잘난 여자 힐러리의 마음은 어떨까" "그는 표정관리를 어떻게 할까.

영부인인데 보통여자처럼 신경질을 부릴 수는 없을 것 같고,그렇다고 무지무지 화가 날 것인데 마냥 참을 수도 없을 것 같고…" 이렇게 힐러리의 심리를 관찰하는 것도 당시 언론의 관심거리였다.

처음엔 악 다문 입술에 다소 화난 듯한 힐러리의 사진이 보이더니 사건이 더 심각해지자 오히려 그는 평정을 되찾고 공인답게 남편의 편을 들면서 남들을 이해시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폴라 존스나 모니카 르윈스키와 같은 클린턴의 상대를 보면 지적 풍모를 풍기는 힐러리와는 딴판이다.

사람들은 클린턴이 의붓아버지 밑에서 외롭게 자란 유년기의 환경 때문에 여성을 동등한 파트너로 여기기보다는 여성들의 모성보호본능을 자극하여 기대려는 심리가 있어 육감적인 여성을 상대로 외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마치 남편의 바람기가 똑똑한 여자 힐러리의 탓인 것처럼 착각하도록 했다.

마음의 상처를 잔뜩 입었을 힐러리로서는 말은 못해도 더욱 억울했을 것 같다.

''제 아무리 잘나도 여자는 여자지''하는 보통의 인식이 있는데, 사람들은 대통령 부인 힐러리에 대해서도 여자이기 때문에 가진 한계에서 예외로 취급하지는 않았다.

''로라 부시의 조용한 내조가 부시를 지지하게 만드는 1등 공신''이라는 언론의 보도를 보면,미국도 역시 잘난 여자에 대한 거부감이 꽤 심한가 보다.

클린턴의 집권 초기에 힐러리가 의료보험개혁특별위원장을 맡으려고 할 때 너무 설친다고 그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다.

지난 주 힐러리의 뉴욕주 상원의원 당선 뉴스는 참 신선하고 상쾌했다.

남편의 외도로 입었을 엄청난 배신과 모욕으로 좌절하거나,똑똑한 여자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에 물러서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면서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주어진 타이틀에서 스스로 ''뉴욕주 상원 의원 힐러리''라는 자신의 타이틀을 따낸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