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분야에서 일하는 30세 안팎의 세사람이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이들이 모인 곳은 서울 성균관대 입구에서 혜화역으로 가는 길옆 삼겹살집.

세 사람이 자리를 함께하자 이들중 서울대 의대 암연구소에 다니던 윤성준 연구원이 젓가락으로 삼겹살 한점을 집어들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삼겹살 세포 50개만으로도 DNA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이 얘기를 듣던 미국 라이프테크놀로지사의 마케팅 담당인 안철홍씨와 윤경홍씨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처럼 적은 양의 세포로 DNA(디옥시리보핵산)를 뽑을 수 있다면 암세포 연구분야에서 엄청난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국산 바이오기술로 창업을 하고 싶었던 두 사람으로선 윤 연구원의 얘기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윤 연구원도 때가 오면 자신의 기술로 창업을 해야겠다는 의욕을 갖고 있던 터였다.

2년전인 1998년 10월20일 저녁 세 사람은 앞으로 바이오 산업을 이끌어가는 ''삼총사''가 되자고 굳게 다짐했다.

결코 서로 신의(信義)를 저버리지 말자고 거듭 맹세했다.

그러나 이들의 창업은 초반부터 험난했다.

세사람은 모두 가난했던 것이다.

한결같이 연립주택에 전세를 살고 있었다.

이들은 전세를 사글세로 바꿔 3천만원씩을 창업자금으로 내놨다.

서울 가락동 현진오피스텔 708호에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윤 연구원이 사장을 맡고 안철홍씨와 윤경홍씨가 부사장을 맡았다.

사업을 시작해놓고 보니 의료시약분야는 적어도 2년간은 개발비만 들어가고 수익이 나지 않았다.

궁여지책을 썼다.

안 부사장은 집을 처분,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윤 부사장은 약품영업을 하면서 연구비를 조달해왔다.

이같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윤 사장은 연구개발을 계속했다.

지난해 첫 개발품인 ''DNA플러그''를 개발해냈을 때 이들 삼총사는 모처럼 삼겹살집에서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전자 조절물질인 DNA플러그는 삼총사의 신의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이때부터는 앞만보고 뛰었다.

기술신보로부터 벤처자금을 지원받아 무려 30여가지의 바이오 관련제품을 개발해내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약1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시약시장은 미국이나 일본 수입품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수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인트론은 의학계의 이같은 고정 관념을 단숨에 깨버렸다.

인트론은 이달부터 게놈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존스홉킨스의대,베일러의대등에 월 3만달러어치의 시약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겹살로 맺어진 삼총사가 지구촌 DNA관련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