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 아들 정태 생각이 황무석의 머릿속을 채웠다.

다행히 아비의 눈물어린 끈질긴 설득을 받아들여 대학에는 일단 2년 동안 휴직원을 내기는 했으나,그냥 있으면 떼어 논 당상인 대학 교수직을 언제 팽개칠지 몰라 아직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정태가 출국하기 전 사임서 대신 휴직원을 제출하기로 결정하던 과정에서 아들 정태와 나눈 대화가 상기되었다.

"아버지,부를 추구하는 것은 무한정한 것이에요"

"무한정하다고 반드시 나쁠 것은 없다.

인간은 노력하는 과정에 있을 때 행복할 수 있는 거야"

"무한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의 노예가 되게 마련이에요"

"노예라는 단어는 이 경우 적당한 단어가 아니야.

부를 웬만큼 축적하게 되면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어"

"그렇지 않아요.

부를 추구하는 과정에는 항상 경쟁상대를 파멸시켜야 돼요.

경쟁상대가 파멸되면 동시에 자신의 인간성도 파멸되는 거예요"

"그건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너는 학자로서 명예를 추구하는 거야.

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잖아"

"명예를 무리하게 추구하는 것도 그 과정에서 자신의 영혼을 파괴하게 돼요.

한번 파괴된 영혼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해요"

"부는 경쟁상대를 파멸시키기 때문에 가지기 싫고,명예는 자신의 영혼을 파괴하기 때문에 추구하지 못하겠다니!

그럼,정태 너는 도대체 무엇을 추구하며 인생살이를 하겠다는 거야?"

"삶의 질을 추구하며 살겠다는 거예요.

그것이 진정한 인생의 목표예요"

"네가 추구하는 삶의 질이란 도대체 뭐야?"

"부와 명예의 무한정한 욕구로부터의 해방이에요.

신이 준 자연과 인간이 만든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단란한 가족을 거느리고 다른 인간과는 경쟁상대가 아닌 친구로서 화목하게 사는 환경이에요.

그 외의 것은 다 허상이에요"

"실제 세상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아.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은 사회의 낙오자가 돼.

누가 그외의 것은 허상이라고 했어?"

"아버지,구약성서를 한번 읽어보세요.

''전도서''에는 자신이 향유했다고 생각했던 부와 명예가 허상이었음을 깨닫는 솔로몬 왕 얘기가 있어요"

아들 정태가 한 말이었다.

황무석은 아들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운전을 하면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황무석의 차가 골프장 클럽하우스 현관 앞에 도착했다.

경비원이 차문을 열어주었다.

황무석이 차에서 내려 클럽하우스 내에 있는 사장실로 걸어갔다.

그는 사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두꺼운 방한복으로 갈아입고 골프화를 신었다.

골프를 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동트기 30분 전,그러니까 그날 플레이가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적어도 아홉 홀은 걸어서 돌아볼 예정이었다.

그는 손전등을 찾아들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아니 세계 어느 골프장에서나 그렇게 자신의 직책에 충실한 사장은 없으리라고 황무석은 자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