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가 끝내 부도를 내고 말았다.

지난해 8월 워크아웃 개시이후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대우자동차는 구조조정에 실패, 해외 매각도 되지 않은 채 시간만 까먹고 오늘에 이르렀다.

대우자동차의 부도가 현실화될 경우 대우자동차 직원들에게 미칠 직접적인 영향과 부품공급업체,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의 심각성을 고려해 ''설마 대우자동차와 같은 거대기업을 부도나게 내버려 두겠느냐''는 의구심이 있었다.

한국경제의 부실을 키운 장본인으로 지목돼온 ''대마불사론''이 대우자동차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집어 보면, 대우자동차의 부실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대마 하나 때문에 모두가 파멸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읽을 수 있다.

대우자동차가 몰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비효율성''이란 한 단어로 집약된다.

금년 상반기 자료를 보면 대우자동차 매출원가율은 92.96%로 현대자동차의 78.4%에 비해 현저히 뒤지고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우가 유럽시장에 마티즈 자동차를 한대 팔 때마다 2천1백40달러씩 손실을 영업장부에 추가해 갔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한 회사.

판매량은 줄어들고 회복의 조짐은 없으며 매달 이자비용만 1천5백억원을 내고 있는 부실한 회사에 계속 자금 지원을 한다는 것은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을 재촉할 따름이다.

한국 기업의 차입의존 경영과 감독 부실은 대우자동차 몰락의 씨앗을 뿌렸다.

대우자동차는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회사로 부상하기 위해 공격적인 ''세계 경영''을 추구했다.

금융기관의 차입에 의존하여 폴란드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인도 등 개도국에 계속 생산설비를 확충해 갔다.

동시에 국내 자동차시장의 폐쇄성도 대우자동차의 비효율성을 부추기는 주요 단서를 제공했다.

각종 수입제한조치 덕분에 외국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 기아 대우 등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국내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유치산업 보호 논리''를 앞세워 외국자동차들의 국내시장 진입을 막았다.

그 결과 국내 기업들간의 과점체제가 구축이 되었고, 이들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설비를 확충해 나갔으며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저가공세를 벌였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내 소비자들은 외국 소비자들이 한국산 자동차를 구매할 때마다 보조금을 꼬박 꼬박 내준 셈이다.

대우자동차 채권단이 ''대우자동차 부도'' 결정을 내린 이유는 노동조합이 3천5백명의 인력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구조조정안에 대해 동의를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되었다.

노조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전임 사장과 지난 8월, 앞으로 5년 동안 고용보장 협약을 체결했고 또 1천4백억원의 임금이 체불된 마당에 노동자만 희생양으로 몰아세우는 현실이 절망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만약 끝까지 노조가 어떠한 형태로든지 인력감축안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대우자동차 문제해결의 유일한 해법으로 간주되어온 ''해외매각''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선사업가가 아닌 다음에야 어느 구매자가 부실요인을 그대로 끌어안고 회사를 사겠는가.

만일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못한다면 그때는 더 많은 희생을 대우자동차 노조원들이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우자동차의 매각 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노사 양측은 고민해야 하고, 매각 후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부실요인들의 선후 여부 판단과 이에 따른 책임소재 규명이 모든 이해당사자들, 즉 주주 채권단 경영진 근로자 관련 협력업체 등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문제를 풀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분노 때문에 경제적 실리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자존심의 고수도 아니고, 정의의 실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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