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국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가가 울고 웃고, 환율이 널뛰기 한다.

시장을 교란하는 단기투기성 핫머니로 알려진 해외 헤지펀드(Hedge Fund)의 유입설까지 돌면 시장과 감독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9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런 숄즈 박사는 "헤지펀드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잘못돼 있다"며 헤지펀드의 순기능을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과 마이다스에셋 자산운용이 지난 10일 공동주최한 "헤지펀드의 역할과 성장"이란 주제의 강연 참석차 한국을 찾은 숄즈 박사를 장순영 한양대 교수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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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 교수 =지난 97년 옵션가격결정 모델인 ''블랙-숄즈(Black-Scholes)''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어떤 이론인가.

▶숄즈 박사 =옵션(Option)은 주식 채권 석유 금 등 특정 자산을 미래의 한 시점에서 살 수 있는 ''권리'', 혹은 팔 수 있는 ''권리''다.

미래의 한 시점에서 특정 자산을 사거나 팔아야 할 ''의무''인 선물(Futures)의 개념과는 다르다.

옵션은 투자자가 임의대로 행사를 하거나 행사하지 않을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에 가격 또는 가치를 지닌다.

이런 옵션의 가격.가치를 측정 가능토록 한게 바로 블랙-숄즈 모델이다.

그 가치를 결정짓는 몇가지 요소들을 파악해 수학적인 공식을 만들어냈다.

이전까지는 추정할 수만 있었으나 이 모델을 통해 옵션의 가격.가치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장 교수 =노벨상 수상이전부터 동료 경제학자들과 함께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설립과 운용에 참여했다.

그런데 지난 98년8월 파산위기로까지 몰린 배경은 무엇이었나.

▶숄즈 박사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란 방법으로만 위험을 분산해 위기에 처했다.

이 기법은 세계 여러 국가의 금융상품에 골고루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여러 방향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8년8월 러시아는 자국이 발행한 국채에 대해 모라토리엄(Moratorium:대외채무지불 유예)을 전격 선언했다.

러시아 국채를 사뒀던 모든 국제금융기관들과 헤지펀드들은 러시아국채를 매도해 손실을 줄이는데 급급했다.

이론적으로 위험분산 다양화 기법이 시장내 또는 각 시장간 변수들의 상관관계를 낮게 유지시켜줄 것으로 확신했는데 갑자기 러시아 변수가 돌출, 상관관계가 급격히 높아지게 된 것이다.

결국 포트폴리오 다양화 기법 자체가 가진 위험성을 충분히 예견치 못했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장 교수 =헤지펀드들은 금리 환율 주가 등이 예측가능하게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 비효율적인 시장을 선호하는가.

▶숄즈 박사 =무엇보다 헤지펀드의 속성과 종류를 알고 편견을 버릴 필요가 있다.

헤지펀드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효율적인 시장을 선호하는 헤지펀드들이 있다.

이들은 매크로(Macro)펀드, 오퍼튜닉(Opportunic)펀드라고 불린다.

금리 환율 주가 등 한 나라의 거시경제지표 방향을 보고 집중 투자한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와 줄리안 로버트슨의 타이거펀드가 대표적이다.

이들 펀드는 대개 대량 거래를 통해 특정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장 교수 =그럼 비효율적인 시장을 선호하는 헤지펀드는 어떤 것인가.

▶숄즈 박사 =시장내 상품들의 상대적인 가격 차이를 노리는 렐러티브 밸류(Relative value)펀드라고 한다.

주로 저평가된 금융상품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금융상품을 매도하는 등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두 상품의 비정상적인 가격차이를 이용해 차익거래(Arbitrage)를 한다.

비효율적인 두 가격 사이의 차이를 좁혀 나가면서 이익을 내는 동시에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매크로 및 오퍼튜닉 헤지펀드와 달리 투자기간이 비교적 장기적인 것도 특징이다.

여러 시장간 또는 특정시장에서 채권 통화 주식 등의 가격차가 지나치게 크면 언제든지 투자해 최대한의 수익을 내려고 한다.

자연스레 시장에 유동성(자금)을 제공해 주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헤지펀드의 순기능이다.

전체 헤지펀드중 매크로 헤지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22%에서 최근엔 15%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만큼 상대적인 가격차이를 이용하는 헤지펀드들의 수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장 교수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전후해 LTCM도 한국에 투자했나.

당시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가.

▶숄즈 박사 =아시아 전체적으로 금융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당시 일부 헤지펀드들만 아시아에 투자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은 금융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시장개방이 잘 된 선진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선물 옵션시장 금융파생상품 등 헤지수단이 충분하고, 그리고 주식대차거래가 활발한 시장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장 교수 =LTCM 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헤지펀드의 활동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중 한국 말레이시아 등 이머징마켓은 헤지펀드의 시장교란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숄즈 박사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매크로 또는 오퍼튜닉 헤지펀드를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이 아시아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시켰거나 혼란을 증폭시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대통령은 자국에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이 헤지펀드라고 주장하며 이들을 희생양으로 몰아붙였다.

특히 조지 소로스가 운영하고 있던 헤지펀드가 말레이시아 통화인 링기트화를 매도하는 등 교란에 나섰다고 지목했다.

하지만 당시 소로스는 링기트화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말레이시아의 기본적인 경제여건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유동성 위기로까지 확산됐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전부터 말레이시아 기업들은 대규모 달러자금을 외국으로부터 빌려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달러화에 대한 링기트화의 통화가치 급변 가능성에 대비한 헤징(위험회피)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자국의 향후 성장성을 아주 긍정적으로 전망했지만 기업들의 매출 및 이익은 대폭 축소돼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투자자들은 당연히 링키트화를 대량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한 것이다.


▶장 교수 =헤지펀드의 활동을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인가.

▶숄즈 박사 =그렇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동성을 제공하고 시장효율성을 높이는 등 헤지펀드의 순기능이 많다.

이런 점에서 정부차원의 일원화된 규제보다 시장원리에 따른 규제가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 감독기관보다 헤지펀드의 속성을 잘 알고, 실제로 거래하고 있는 시장참여자들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상호 정보공개 등을 통해 스스로 견제하고 보호막을 만들어 가는게 우선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두려워하지만 말고 다양한 금융파생상품을 개발, 헤징시장을 발전시키고 개방해야 한다.

그래야 금융시장의 체질이 강화되고 헤지펀드의 활동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정리=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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